[릴리안 생리대 집단소송 참여 2만명 넘었다]

[식약처 E형간염 비상… 햄·소시지 검사 강화]

살충제 계란 파동에 이어 이번엔 생리대 유해성(有害性)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여성환경연대'가 시장점유율 20%인 '릴리안' 브랜드 생리대의 부작용 사례를 수집했더니 22~23일 이틀 사이 3000건 넘게 접수됐다. 문제의 생리대를 썼다가 생리 불순, 생리통, 피부 질환을 겪었다는 호소는 작년부터 인터넷을 통해 제기됐다고 한다. 여성환경연대에선 생리대를 속옷에 고정하는 접착제에 휘발성유기화합물(VOC)이 섞인 것이 문제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VOC란 페인트·접착제·세척제 등에 사용되는 물질로 인체에 흡수될 경우 호르몬 부작용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유통업체들은 문제의 생리대 판매를 중단했고 소비자들은 집단소송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계란에서 검출된 살충제는 충분한 독성 실험 자료가 있었기 때문에 피해 정도에 대한 판단이 가능했다. 반면 생리대는 그동안 꾸준히 피해 호소가 있었고 문제가 불거지자 한꺼번에 수천 건 피해 사례가 접수됐을 정도인데도 이런 자료가 없는 상태다. 독성 실험 없이 유통되면서 사망자를 수백 명 냈던 가습기 살균제 공포를 연상시킬 정도다. 가습기 살균제는 17년간 팔리며 수많은 피해자를 냈는데도 소비자, 의료진, 보건·환경 당국 모두 유해성을 눈치채지 못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유통 생리대 53품목을 모두 수거해 품질 검사를 벌이기로 하고 24일 우선 생리대 제조업체 5곳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시민 단체에서 원인 물질로 지목한 VOC에 대해선 표준 분석 방법이 확립돼 있지 않아 평가 결과가 나오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젊은 여성층만큼 건강, 보건 문제에 민감한 집단이 없다. 식약처가 살충제 계란 때처럼 허둥지둥 대처했다가는 수습 불가능한 사태로 번질 수 있다. 조직을 총가동하고 협조받을 수 있는 전문가를 망라해 밤 새워서라도 생리대의 어떤 성분이 무슨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인지 규명해야 한다. 문제는 식약처장이 이 일을 해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살충제 계란 파동에 대처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고개가 저어진다. 생각할수록 약국 경험밖에 없는 사람을 선거 캠프 참가했다고 불쑥 국민 건강 담당 부처 책임자로 임명해버린 인사(人事)를 이해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