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에 대해 여당 국회의원과 진보 사회단체 등 현 정부 지지 세력까지 비판 대열에 합류〈본지 8월 24일 A8면〉한 가운데, 교육부는 24일에도 "두 시안(①안 4과목 절대평가, ②안 7개 전 과목 절대평가) 가운데 하나를 골라 오는 31일 확정 발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일부 교사 단체와 학부모·학생 등은 "발표를 연기해야 한다"거나 "제3안을 내놔야 한다"며 교육부를 압박하는 등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개편안 놓고 '극과 극' 주장

24일 사단법인 전국국어교사모임과 수학교사모임은 "수능을 전 과목 절대평가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가 "절대평가를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입학시험 방식을 가지고 너무 급히 가는 건 현명하지 않다"고 밝히고, 정부가 ①안을 채택할 것 같은 움직임을 보이자 당초 문재인 대통령 공약대로 ②안을 채택해 "국어·수학도 절대평가하라"는 것이다.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가 학생들의 수능 학습 부담을 줄여주고, 현행 암기식·문제 풀이식 고교 교육을 정상화하는 방안이라는 게 이 단체들의 주장이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는 누구?]

반면 "지금보다 절대평가가 확대되는 ①·②안 모두 결사반대한다"는 주장도 점점 거세지고 있다. 절대평가 과목이 늘어나면 수능 변별력이 떨어지는 데다 대학들이 수능 중심의 정시 전형은 줄이고, 학교 내신과 비교과 활동을 많이 반영하는 수시 전형을 확대해 수험생 부담이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자유한국당 조경태 의원은 '수능 상대평가 유지' '대학들이 모집 인원의 60% 이상을 정시 모집으로 선발'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23일 발의하기도 했다. 2018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수시 모집 비율은 73%다.

사면초가 몰린 교육부

이처럼 혼란이 커지고 있지만 교육부는 "31일 수능 개편안 발표를 미루거나 제3안을 채택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올해 중3부터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를 반영해 수능을 개편해야 하고, '대입 예고 3년제' 방침에 따라 올해 개편안을 발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과정이 바뀐다고 꼭 수능을 개편해야 한다는 법 규정은 없지만 상식적으로 학교에서 가르친 내용과 평가를 연계해야 한다는 점에서 수능 개편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정부는 수시 전형 확대에 불만 많은 학부모 지지를 잃을 게 무서워 ①안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게 되면 '왜 ②안을 공약해놓고 지키지 않느냐'는 지지자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대입 제도 개편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지 않고 수능 제도만 바꾸는 개편안을 내놓은 게 혼란을 자초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중3들 "우린 '김상곤 세대'냐"

수능 개편안 첫 적용을 받는 중3들은 "우리가 실험 대상이냐"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해찬 세대'를 빗대 "우리도 '김상곤 세대' 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과거 김대중 정부 당시 이해찬 교육부 장관은 1998년 중3들에게 "한 가지만 잘하면 대학 갈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무시험·특기자 전형 등 수시 비중을 늘리고 '공부 부담 경감'을 이유로 야간 자율 학습과 0교시, 보충수업 폐지도 약속했다. 그러나 수능 시험이 예상과 달리 매우 어렵게 출제되면서 "정부에 뒤통수 맞았다"는 울분이 쏟아졌다. 이 때문에 2002학번은 "학력 수준이 낮다"는 말과 함께 '이해찬 세대'로 불린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도 학생 부담을 덜어주고 경쟁을 완화하겠다면서 교육 전반을 아우르는 정책들을 함께 내놓는 대신 졸속 수능 개편안만 발표해 학생들을 혼란스럽게 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는 것이다. 김경범 서울대 교수는 "(다음 달 출범 예정인) 국가교육회의에서 연계된 정책들을 다 함께 논의하고 장기적 교육 개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