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본지 인터뷰에서 밝힌 독일의 개혁 경험은 지금 우리 사회에 정확하게 들어맞는 맞춤형 처방과도 같다. 그는 "정치 지도자는 직책을 잃을 위험을 감내하고라도 국익을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00년대 초 복지·노동 개혁을 통해 '유럽의 병자(病者)'라던 독일 경제를 회생시킨 주인공이다. 그는 "어떤 정치인도 선거에서 패배하고 싶지는 않다"며, 그러나 포퓰리즘만은 안 된다고 했다. 인기 없어도 긴 국가 이익을 내다보고 용기 있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집권 당시 독일이 처한 상황은 지금 우리와 비슷했다. 경제는 활력을 잃었으며, 복지·통일 비용 부담과 경직된 노동시장이 발목을 잡고 있었다, 슈뢰더는 연금·사회보장 제도를 손질하고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뜯어고치는 정부 주도 개혁에 나섰다. 많은 국민이 반대하고 노동계 저항에 부닥쳤다. 그 결과 그는 선거에서 패배자가 됐지만 그가 물러난 후 개혁 성과가 활짝 꽃피었다. 독일 경제는 착실한 성장 궤도로 복귀했고 그 과실을 후임자인 메르켈 정권이 지금껏 누리고 있다.

사민당 당수였던 그는 원래 분배를 중시하는 좌파 정치인이다. 하지만 그는 "분배만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경제가 성장해야 분배도 할 수 있다고 보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보장 제도는 재정이 감당할 수 있고 미래에도 지속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좌파였지만 '제3의 길'을 표방하며 경쟁력과 성장 활력에 방점을 두는 우파적 개혁에 나섰다. 반면 프랑스는 국민 반발을 겁내 개혁을 하지 못했다. 그 차이가 오늘날 독일과 프랑스의 차이를 가져왔다고 슈뢰더는 말했다. 지도자가 인기를 좇느냐, 개혁을 하느냐에 따라 국가 운명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렇게 뒤처졌던 프랑스도 마크롱 정부가 들어서면서 노동 개혁을 국정 1순위로 내걸고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마크롱이 "게으름뱅이들에게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며 개혁 의지를 불태웠다고 한다.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를 깨는 개혁안에 노동계가 격렬히 반발하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힌 것이다. 마크롱은 지금 30%대의 낮은 지지율로 고전 중이다. 그런데도 인기 없는 정책을 꿋꿋하게 추진하고 있다. 노동 개혁 없이는 경제 회생도, 일자리 창출도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아무리 욕먹어도 가야 할 길이라고 믿는 것이다.

슈뢰더 전 총리는 "문제는 개혁 결정은 오늘 내려야 하는데 효과는 2~3년 지나서 온다는 점"이라고 했다. 개혁의 고통과 성과의 시차(時差)가 대중의 저항을 낳고 지도자로 하여금 개혁을 망설이게 만든다. 하지만 포퓰리즘의 부작용 역시 몇 년 뒤에야 나타나기 때문에 대중이 마약처럼 빠져들기 쉽다. 포퓰리즘의 유혹을 끊는 것이 진정한 지도자이고 그런 지도자가 있느냐 없느냐가 나라 운명을 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