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전술핵 배치 반대" ]

김정은이 핵미사일 개발과 관련 "우리의 최종 목표는 미국과 실제적인 힘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라며 "이제 종착점에 거의 다다랐다. 끝장을 보아야 한다"고 했다. 헛소리가 아니라 실제가 그렇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햇볕론자들은 북핵이 자위(自衛)용이라고 해왔지만 이제 북의 전략은 한국을 인질로 잡고 한반도 주도권을 쥐겠다는 것임이 명백해졌다.

미국은 북이 목표로 한 그 시점까지 1년도 남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유엔 제재안이 효과를 나타내기도 전에 그 시기가 닥칠 것이란 얘기까지 나온다. 결국 앞으로 1년 내 선제타격을 비롯한 군사 조치를 하든지, 미·북과 미·중 협상을 통해 북의 핵탄두를 사실상 인정하든지 두 가지 길밖에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우리에겐 어느 쪽이나 최악이다.

국가적 위기에선 비상한 대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 작년 초 각계 원로급 인사 200여 명이 가장 먼저 전술핵 재배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은 북이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결코 대화로 해결될 성질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에서였다. 이것이 정치권으로 확산해 대선 때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공약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CNN 인터뷰에서 전술핵이 한반도 평화를 보장하지도 않고 동북아 핵무장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 논리의 옳고 그름을 떠나 궁지에 몰린 나라의 안보 책임자가 여러 가지 선택지를 미리 버리는 것은 나라의 손발을 스스로 묶는 행동이다. 지금 대한민국 대통령은 핵 문제에 관한 한 그야말로 NCND(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자세로 나가야 한다. 문 대통령이 지금도 철 지난 햇볕론자들의 얘기만 듣고 있다면 그부터 그만둬야 한다. "안보에 여야가 없다" "정권은 유한해도 조국은 영원하다"고 말한 사람이 바로 문 대통령 자신이다.

미국 조야에 전술핵 재배치를 요청하러 미국을 방문한 자유한국당 특사단도 성급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우리 사회에 모든 문제가 정쟁화되는 풍토가 있지만 전술핵 문제만큼은 그래선 안 된다. 문 대통령의 안보 정책을 정당하게 비판하는 것과 그것을 정권 비난의 소재로 이용하는 것은 비슷하게 보일지는 몰라도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미국에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정부뿐이다. 미국은 설사 재배치의 의사를 갖고 있다고 해도 절대 야당과 논의하지 않는다. 그 사실을 잘 아는 야당의 미국행은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 중대한 문제를 국내 정쟁으로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

여당 내에도 아직 대세는 아니라고 해도 전술핵 재배치의 불가피성을 인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여야가 이 문제를 놓고 머리를 맞대고 서로를 이해하고 접점을 찾아가려는 노력을 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이 중대한 시기에 대통령을 향해 "김정은 기쁨조"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비합리적인 행태는 정쟁만 키울 뿐 나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