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신현확의 증언'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신 전 총리의 아들이자 지은이인 신철식 우호문화재단 이사장이 말하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한 10·26 사태 이후 권력 핵심으로 떠오른 ‘신군부’가 과도 정부를 이끌던 최규하 당시 대통령을 체포하려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승만·박정희·최규하 대통령 시절 정부 핵심부에서 활동했던 고(故) 신현확 전 국무총리의 생전 육성 녹음 등을 풀어 장남인 신철식 우호문화재단 이사장이 20일 펴낸 저서 ‘신현확의 증언’에 나온 내용이다. 경북 출신인 신 전 총리는 9·10대 국회의원과 보건사회부 장관,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국무총리 등을 지냈으며, 2007년 4월 별세했다.

아들인 신 이사장에 따르면, 당시 신군부가 10·26 사태 수습 과정에서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전권을 장악하려는 것을 방조했다’는 죄목으로 최규하 당시 대통령을 체포하려 했으나, 아버지인 신 전 총리가 “헌법에 따라 선출된 대통령을 누가 무슨 권한으로 체포한다는 말이냐”며 강하게 반대했다고 한다.

신군부의 핵심인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80년 4월 보안사령관과 중앙정보부장 서리를 겸하면서 독자 집권에 박차를 가했지만, 당시 최규하 대통령은 신군부가 자신을 지지하는 것으로 착각해 자진 사퇴를 하지 않다가 결국 거듭된 압박에 사퇴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신 이사장은 신군부가 최 대통령 대신 신현확 전 총리를 대통령으로 세우려 했다고 주장했다.

신 이사장은 “한번은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아버지에게 ‘총리님이 대통령을 맡아주셔야 되겠다’고 대놓고 요청한 적도 있었다”며 “아버지는 ‘네가 뭔데 일국의 재상에게 대통령을 맡으라 마라 하느냐’고 호통을 쳤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신 전 총리는 전 전 대통령의 후임인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도 중요한 정치적 자문을 많이 했다고 한다.

신 이사장에 따르면, 1987년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 이후 전국적으로 민주화 시위가 벌어졌을 때 직선제 개헌을 골자로 한 ‘6·29 선언’을 제언하고, 1990년 여소야대 정국을 타개하기 위해 민주정의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 등의 3당 합당을 제언한 것도 모두 신 전 총리였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