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 대통령이 틸러슨 국무부 장관이 언급한 미·북 양자 협상 가능성을 '시간 낭비'라고 일축했다. 틸러슨은 베이징에서 시진핑 주석을 만난 후 북과 대화할 채널이 2~3개 있다며 대화 의지를 탐색 중이라고 해 주목받았다. 그러자 트럼프가 하루 만에 묵살해버렸다. 트럼프는 "(전직 대통령이) 다 실패했지만 나는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과 협상장에 마주 앉는 데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나라 수반을 능가하는 미국 국무장관의 발언을 미 대통령이 하루 만에, 그것도 트위터를 통해서 뒤집는 일이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안위(安危)가 걸린 북핵 문제를 다루는 미국 정책이 너무 가변적이라는 우려를 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불안정과 불가측성이 국면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 상황 자체가 북핵 사태가 가진 기본 성격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김정은이 핵을 개발하고 ICBM을 실험하는 것은 한국을 핵 인질로 잡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미국 내에선 이런 북을 공격해 싹을 없애자는 견해와, 한국민의 피해 가능성 때문에 북과 협상할 수밖에 없다는 견해가 끊임없이 충돌하게 돼 있다. 트럼프는 지난해 4월 대선 당시 외교 정책 발표회에서 "미국은 예측 불가능한 나라가 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자신의 저서 '거래의 기술'에서도 상대방을 혼란스럽게 하는 '미치광이 전략'을 선호한다고 했다. 지금 북의 김정은이 쓰는 전술이 정확히 이와 같다. 이런 전술은 결국 '거래'를 염두에 둔 것이다. 좋은 거래를 하기 위해 갈등과 긴장을 극단으로 높이려는 전략이다.

결국 미국과 북한이 협상장에 마주 앉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봐야 한다. 우리는 군사 대비는 북핵을 전제로 한 현실적 인식을 바탕으로 추진하되, 북핵을 미국이 사실상 공인하는 사태는 결단코 막아야 한다. 그런 사태는 '평화'라는 가면을 쓰고 우리 앞에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