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전기요금이 매달 갚는 주택 대출금보다 많아요. 전기요금 1000달러를 못 내 전기가 끊겨서, 여름에 5일 동안 에어컨을 못 켰습니다."

지난 1월 캐나다 온타리오주(州)에서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마련한 '시민과의 대화' 행사에서 한 중년 여성이 전기요금 고지서를 흔들며 말했다. 온타리오의 전기요금은 지난 14년간 5배로 올랐다. 온타리오주 정부가 2003년 북미 지역을 강타한 대정전 이후 에너지 정책을 손질하기 시작하고 특히 2008년부터는 중도 좌파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면서 생긴 변화다.

온타리오주는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면서 "친환경에 기초한 일자리를 만들고 환경도 보호하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전기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전기요금이 급상승했고, 이를 견디지 못한 주민들과 기업들이 빠져나가면서 일자리 수만 개가 사라졌다.

전기요금 인상, 물가상승률의 4배

2003년 대정전 이후 캐나다 연방정부와 온타리오 주정부는 대대적인 발전·송전시설 개·보수 작업을 벌이는 한편 석탄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고, 천연가스와 수력, 원자력, 신재생에너지로 석탄발전을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전력 수요 증가로 온타리오주의 석탄화력발전 전면 폐쇄는 계획보다 다소 늦어지긴 했지만, 2011년부터 단계적으로 축소돼 2015년 전면 폐쇄됐다. 2015년 기준 온타리오주의 발전설비 용량은 총 3만5591㎾. 원자력발전의 비중이 36%이고 이어 천연가스 28%, 수력 24%, 풍력 10% 등 순서다.

현재 북미에서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생산이 가장 많은 온타리오주는 2020년까지 원자력발전의 비중은 27%로 줄이고, 풍력발전 비중은 14%, 태양광발전 비중도 9%까지 늘릴 예정이다.

하지만 급격한 전환책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캐나다 공공 정책을 연구하는 민간 연구소인 프레이저 연구소가 17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온타리오주의 전기요금은 2008년부터 작년까지 71% 올랐다. 같은 기간 온타리오 지역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전기요금이 평균 34% 오른 것에 비해 두 배 이상 오른 것이다. 2008~2015년 전기요금 인상률은 물가상승률의 4배, 지역 경제성장률의 4.5배였다.

일자리 7만4000개 사라져

전기요금 급등은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와 일자리 감소로 이어졌다. 기업들은 높은 전기요금을 견디지 못하고 온타리오주에서 빠져나갔다. 2008년 이후 온타리오주에서 11만6400명의 제조업 일자리가 없어졌다.

로스 매키트릭 궬프대학 교수는 "2008년 경기 침체 때 모든 지역이 타격을 입었지만, 온타리오주를 제외한 다른 지역들은 경기 침체 이전 수준을 회복할 수 있었다"며 "오직 온타리오만 전기요금 때문에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제조업에서 전기요금이 주요 비용이란 점을 고려하면, 온타리오의 치솟는 전기요금이 수만명의 일자리를 앗아갔다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사라진 제조업 일자리의 64%인 7만4000명은 높은 전기요금 때문으로 분석됐다. 일자리 감소는 에너지 비용이 많이 드는 제지·철강·자동차 제조업 등의 분야에서 일어났다.

현재 온타리오 주정부는 재생에너지 산업에서 수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프레이저보고서는 "재생에너지 산업에서 1개의 일자리가 생길 때마다 제조업 분야에서는 1.8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캐나다에서 전체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온타리오주의 불황은 캐나다 전체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있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온타리오주는 높은 전기요금으로 제조업체들을 떠나게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기요금 급등은 기업에만 위협인 것이 아니라 일반인의 삶도 위협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이철우 의원은 "전기요금 인상에 따라 2015년 말 온타리오주의 56만 가구가 전기요금을 체납했고, 체납 금액만 1억7200만달러에 이른다"며 "온타리오 전력공사가 전기요금 연체를 이유로 약 6만가구의 전기를 끊었다"고 전했다. 주민 반발이 심해지자 온타리오 주정부는 겨울철 전기요금을 미납한 가정에 대해 전기를 끊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