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김종석〈사진〉씨가 알록달록 상의에 흰색 뿔테 안경, 만화 캐릭터가 매달린 모자 차림으로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 나타났다. 그를 본 직장 여성들이 "진짜 뚝딱이 아빠예요?"라며 반가워했다. 김씨는 악어 모양 장갑을 흔들며 "안녕하세요!"라고 유쾌하게 인사했다.

개그맨 데뷔 35년 차, 유아 프로그램 진행 28년 차. 그를 알아보는 사람은 아이부터 중년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 1990년부터 EBS '딩동댕 유치원' '모여라 딩동댕'에 출연해온 그는 지난 3일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요즘도 매주 지방을 돌며 공개 방송을 통해 아이와 부모들을 만난다. "촬영장에서 부모님들을 만나면 '일곱 살 때 아저씨 나오는 TV 보면서 컸는데, 오늘 일곱 살짜리 딸을 데려왔어요'라고 해요."

1983년 MBC 공채 개그맨이 된 그는 '웃으면 복이 와요' 같은 코미디에 출연하며 인기를 끌었다. 유아 프로그램에 뛰어든 건 전문성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유아 프로그램만큼은 내가 최고가 돼 보자는 심정이었죠. 하지만 수입이 5분의 1로 줄었어요. 괜한 짓을 했나 걱정이 됐어요."

그는 한국 어린이 정서에 맞는 캐릭터를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전래 동화에 나오는 아기 도깨비를 살려 일곱 살짜리 '뚝딱이'를 만들었다. "덤벙대는 사고뭉치 뚝딱이를 따뜻하게 품어주는 아빠 역할을 제가 맡은 거죠. 가정에서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제가 대신 좋은 아빠가 되어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그는 여태껏 나이를 밝힌 적이 없다. "미키마우스 옆에 괄호 치고 나이를 적던가요. 뚝딱이는 영원한 일곱 살인데 저만 할아버지 되면 이상하죠. 아이들 꿈을 뺏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스무 살에 데뷔했다 치더라도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 "늘 호기심을 갖고 관심사를 따라잡으려고 애써요. 특이한 소품도 모으고요."

그는 2004년부터 서정대 유아교육과 교수로 강단에 섰고, 2011년 성균관대에서 아동학 박사 학위도 땄다. "아이들과 관련된 일은 다 재밌어요. 억지로 하는 거였으면 9년이나 걸려 박사 학위를 땄을까요." TV 유아 프로그램은 하나둘씩 폐지돼 KBS 'TV 유치원', EBS '딩동댕 유치원'이 겨우 명맥을 잇고 있다. "7~8세쯤 되면 아이들 뇌가 어른들과 비슷해져요. 그 시기에 뭘 보고 듣느냐가 중요하죠. 좋은 유아 프로그램 만드는 일은 미래에 대한 투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