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어제 열렸다. 30억원대 상가 쪼개기 증여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지금 국민에게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홍 후보자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한 가지가 추가됐다. 의원 시절 홍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활동 모습이 동영상으로 공개됐다. 거기에서 홍 당시 의원은 어떤 후보자를 향해 "여태까지 자료 제출 안 한다는 건 청문회 안 하겠다는 것과 똑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홍 후보자 본인은 이번 청문회를 앞두고 야당이 요구하는 자료를 40건 넘게 제출하지 않았다.

중학생인 딸이 2년 전 외할머니에게 8억원대 상가 지분을 증여받으면서, 엄마에게 2억2000만원을 빌려 증여세를 내고 이자를 갚고 있다는 걸 입증할 자료도 "자녀의 개인 정보"라며 제출을 거부하다 청문회 당일에야 일부를 공개했다. 홍 후보자는 의원 시절 격세 상속과 증여가 부의 대물림,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킨다고 비난했다. 관련법 개정에 나서기도 했다.

앞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뒤에서 자신은 자기가 비난했던 일을 그대로 했다. 특목고 폐지를 주장하면서 딸은 특목중에 보냈다. 문제가 되자 '세금 냈으면 된 것 아니냐'고 하는데 정작 세금 냈는지 자료는 공개를 꺼린다. 홍 후보자는 책에서 '명문대를 나오지 않은 중소기업인들은 한계가 있고 세계 천재와 경쟁하기엔 근본적 소양이 없다'고 했다. 이런 시각으로 중소기업을 보는 사람이 그 장관이 되겠다는 것도 염치없는 일이다.

청와대는 홍 후보자 가족의 고액 쪼개기 증여에 대해 "합법적이고 상식적"이라고 했다. "상식적인데 도덕적으로 나쁜 사람처럼 몬다"고도 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장관으로 임명하겠다는 뜻이다. 이해가 전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중소벤처부 장관 후보는 이미 한 사람이 낙마했다. 두 번째 또 낙마한다면 몹시 부담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경우는 강행할 일이 아니다. 사실은 홍 후보자가 스스로 먼저 물러나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