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 환구시보가 사흘 전 중국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강경화 장관에게 '3불(不)1한(限)'을 언급했다"며 "1한은 이미 배치된 사드 시스템 사용을 제한해 중국의 전략 이익을 해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23일 보도했다. 환구시보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다. 중국 정부의 속내를 드러내는 신문이라고도 한다. 중국 외교부장의 무례한 태도에 이어 한국을 완전히 무릎 꿇리려 하고 있다.

지난달 말 한·중 간에 맺어진 '사드 3불 합의'는 우리의 미래 군사 주권을 훼손하는 내용이었다.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는다는 약속은 북핵 대비용이라는 사드 배치의 필요성을 우리 스스로 부정하는 결과로 돌아오고 있다. 북핵 위협이 없어지지 않는데 어떻게 추가 배치가 없다고 제3국에 약속할 수 있나. 미 MD(미사일 방어) 체계에 들어가든 들어가지 않든 우리가 결정할 사항이지 왜 중국이 간섭하나. 한·미·일 동맹 문제도 마찬가지다. 우리 스스로 안보 전략에 족쇄를 채웠다.

중국은 그 후 정상회담, 외교장관 회담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당시 합의문의 글자 하나하나를 따져가며 한국을 압박하더니 이제는 '1한'이라는 것을 새로 들고나왔다. '1한'은 당시 합의문에 포함되어 있던 '사드가 중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을 해치지 않는다' '군사 당국 간 채널을 통해 중국 측이 우려하는 사드 관련 문제에 대해 소통'한다는 것을 구체화하는 내용으로 보인다. 벌써 중국 군사 당국이 성주 레이더 기지를 검사하는 것 아니냐, 성주 레이더 앞에 차단벽이 설치되는 것 아니냐는 등의 얘기까지 파다한 실정이다.

청와대와 외교부·국방부는 일제히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고는 있지만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 정부는 10월 말 사드 합의 이후 '봉인'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이 문제를 더 이상 거론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으나 중국 측은 시진핑 주석까지 나서 약속을 지키라고 노골적 압박을 계속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과 중국 수뇌의 회담에서 사드 문제가 거론됐음에도 이를 숨겼다. '1한'은 우리 땅에 배치된 방어용 군사 무기 운용을 타국의 영향권 내에 공개하라는 주권 유린적 요구다. 중국 레이더는 한국 전역을 샅샅이 훑고 있다. 우리는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적이 없다. 한국 사드는 중국을 겨냥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그렇게 할 기능도 없다. 중국에 수도 없이 설명했다. 만약 정부가 중국의 한국 주권 개입을 여기서 더 허용한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 측의 우려를 불식하려는 노력은 해야 한다. 하지만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고 그 선의 기준은 우리의 주권이다. 관계 개선은 필요하지만 굴복은 안 된다. 다음 달 중순 문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키로 했다 한다. 지금 이 방문을 성사시키기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가가 구걸하면서까지 해야 하는 정상회담이란 있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