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전문가는 여학생과 남학생의 행동 특성이 크게 다르다고 말한다. '남자아이의 뇌, 여자아이의 뇌' 저자인 미국의 마이클 거리언(Gurian·사진) 거리언연구소장은 본지 이메일 인터뷰에서 "남학생과 여학생의 차이는 '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혔다. 거리언 소장은 20년간 신경생물학과 뇌과학 연구를 통해 성별 학습·행동 차이를 연구하고, 실제 교육에 적용해왔다. 지금까지 전 세계 학교 2000곳 교사 6000명을 대상으로 연수를 실시했다.

거리언 소장에 따르면, 남학생과 여학생의 대표적 뇌 구조 차이는 '뇌량(腦梁)'이다. 뇌량은 좌뇌(논리력·과학적 사고)와 우뇌(창의성·직관성 등)를 연결하는 신경 다발인데, 여성 뇌량이 남성 뇌량보다 20% 더 커 여성의 좌·우뇌 간 상호작용이 더 활발하다. 이 때문에 여학생은 상황을 파악하거나 말할 때 좌뇌와 우뇌를 동시에 쓰는 반면, 남학생은 주로 한쪽만 쓴다. 또 여성은 기억력과 사고력을 주관하는 전두엽과 측두엽이 남성보다 더 발달했다. 이 때문에 여학생들의 읽기, 쓰기 등 언어 능력과 의사소통 능력이 남학생보다 더 우수하다는 것이다.

평균적으로 남학생은 시각 정보에 강하지만, 여학생은 남학생보다 청각·후각·촉각 등 감각 정보를 더 많이 받아들인다. 학교 교사는 주로 말로 지시하기 때문에 여학생들이 남학생들보다 빨리, 잘 이해하는 데 유리한 측면이 있다.

여학생에 비해 남학생이 산만한 것도 "남녀의 뇌와 호르몬 등 신체 차이 때문"이라고 거리언 소장은 밝혔다. 남학생들은 신진대사가 여학생보다 활발할 뿐 아니라 지루함을 쉽게 느끼고 절제력도 떨어지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 산만해진다는 것이다. 학습할 때 넓은 공간이 필요한 것도 남학생 특징이다. 남성은 반면 우뇌가 대체로 여성보다 발달해 공간 지각 능력이 뛰어나고, 추상적 사고를 잘한다. 수학이나 물리에서 남학생이 최고 성적을 내는 것도 이와 관련 있다.

거리언 소장은 "현재 학교 교육 시스템과 환경은 남학생보다 여학생에게 잘 맞게 설계돼 있다"고 말했다. 보통 학교 교육이 읽고 쓰기를 잘하는 학생이 좋은 성적을 받는 구조여서, 언어 능력이 뛰어난 여학생이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반면 직접 탐구하고 모험하는 등 경험을 통해 잘 배우는 남학생은 언어 능력이 뒤처져 국어뿐 아니라 수학·과학에서도 흥미를 잃고, 학교 학습을 싫어하게 될 수 있다고 거리언 소장은 밝혔다.

그는 "교사가 볼 때 여학생은 말만으로도 행동 방식이나 충동을 조절하는 법을 가르칠 수 있는데, 남학생은 충동적이고 공격적이고 말이 잘 안 통한다"면서 "이런 남학생 특징은 정상적이지만 학교는 여학생과 비교해 결함이 있다고 여기고 처벌이나 치료 대상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결국 지금 같은 시스템이 지속되면 남학생이 공부에서 실패할 확률이 높아지고 대학 진학과 결혼, 취업에서 실패할 확률도 높아진다는 게 거리언 소장의 결론이다. 그는 이런 위험을 줄이려면 교사, 부모가 무엇보다 남녀 학생의 차이점을 먼저 알아야 한다고 했다. 남학생과 여학생 모두의 잠재력을 북돋울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