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위안부 TF'가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12월 28일 있었던 한·일 위안부 합의를 검증한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내용상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이라는 표현을 받아들이는 등 일본 쪽에 일방적으로 기운 합의였다는 것이 골자다. 또 '성 노예'라는 표현을 더 이상 쓰지 말아 달라는 일본 측 요구를 사실상 받아들이는 비공개 합의가 있었다고 했다.

'위안부 TF'는 "한국 정부가 위안부 문제와 안보·경제 부문 등을 분리해 대응하지 못하고 '위안부 외교'에 매몰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일 관계 악화가 미국의 아·태 전략에 부담으로 작용함으로써 미국이 두 나라 사이의 역사 문제에 관여하는 결과를 가져왔고 결국 우리 정부가 수세적 상황에서 협상을 했다는 것이다. TF는 결론적으로 "역사 문제가 한·일 관계뿐 아니라 대외 관계 전반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균형 있는 외교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2015년 합의는 이 지적대로 북의 핵·미사일 개발 진전이라는 안보 위기 심화와 미·중 대결 등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다소 급하게 이뤄진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 해결을 한·일 정상회담과 연계함으로써 3년 6개월이나 정상회담을 하지 못하고 한·일 관계 전반이 경색됐던 것도 맞는다. 합의 당시에도 '최종적·불가역적 해결' '국제사회 비판 자제' 등에 합의해준 것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일 양국이 한발씩 양보하는 합의로 두 나라 관계를 정상화하는 쪽으로 물길을 돌려놓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일본 총리가 공식 사과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일본 정부 예산으로 위안부 재단 출연금이 나온 것도 처음이었다. 모두 일본 정부가 끝까지 거부해온 내용이다.

아베 내각은 2014년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최초로 인정한 '고노 담화(1993년)' 재검증을 통해 그 진정성을 훼손하고 그것이 '정치 협상의 산물'일 뿐이라고 깎아내린 일이 있다. 그때 아베 내각은 1993년 당시 외교 문서 전체를 뒤져 공개해서는 안 될 내용들을 다수 공개했다. 이번에 우리도 똑같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이번 TF의 작업은 문재인 대통령의 '위안부 합의 폐기와 재협상' 공약에 따른 것이다. 2007년 미 하원이 일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할 정도로 국제 인권 문제이기도 하다. 위안부는 중대한 문제다. 그러나 만약 2년 전 합의를 폐기하고 재협상을 요구한다면 한·일 관계는 파탄 날 것이다. 북이 핵 무장 완성을 선언한 상황에서 언제까지나 과거에 얽매여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역사 문제는 역사 문제대로 엄중하게 대응하되 한·일 관계도 정상화돼야 한다. 중국이 그렇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