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활동 중인 '적폐 청산위원회'는 29개 부처에서 모두 39개라고 한다. 위원들은 대부분 정권 지지파거나 좌파 성향이다. 청산위원회들이 전(前) 정권의 과오를 발견했다며 앞다퉈 마이크 앞에 서는 것이 일상화됐다. 심지어 국익, 국민 생명과 직결된 외교·안보 사안까지 이런 국내 정쟁(政爭)적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통일부 청산위는 28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 마치 잘못된 일인 양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북한이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고 개성공단 인력을 인질 삼을 가능성이 있는 상태에서 불가피하게 내려진 조치다. 다른 시기도 아닌 북핵 위기가 최고조에 이른 지금 이를 비난하는 것은 정상적 안보 정책이 아니라 '민중(民衆)식 안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의 대북 봉쇄에 역주행하자 역풍이 부는 데 하루가 걸리지 않았다.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대변인은 "우리는 북한의 도발적 행동에 직면해 개성공단을 폐쇄한 2016년의 결정을 지지한다"고 통일부 청산위와 180도 다른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통상 이견(異見)이 있을 경우 동맹 관계를 고려해 비공개리에 입장을 전달하는 관행을 깨트리고 나왔다. 많은 미국 전문가가 '한·미 동맹 이상 없다'는 양국 정부의 수사(修辭)와는 달리 실상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북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친중반일(親中反日)의 민중 외교가 계속되면 이 살얼음이 깨질 수 있다. 며칠 전 전(前) 주한 미군 사령관들이 한·미 동맹 파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을 흘려듣지 않아야 한다.

외교부 청산위의 위안부 합의 과정 조사 발표와 문재인 대통령의 합의 백지화 가능성 언급으로 한·일 관계는 빙하기로 들어가고 있다. 일본은 종합 국력이 우리 몇 배 이상인 나라다. 북의 도발을 막을 미군 자산 대부분이 일본에 배치돼 있다. 한국의 민중 외교가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균형이 아니라 친중 반일로 계속 흐르면 지금 우리가 예상할 수 없는 문제들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외국과의 협상은 어느 한 나라만 원하는 것을 다 얻을 수 없다.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 대중(大衆)은 이를 납득하기 어렵다. 대중을 바라보고 외교를 하면 일시적 국내 인기를 얻을지는 모르나 대외 관계에선 파국을 맞게 된다.

국방부 청산위 활동으로 사이버사령부의 기능은 정지된 지 오래다. 북이 비트코인 거래소를 해킹해 수백억원을 빼 가도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빈대 잡느라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국방부에선 창군 이래 처음으로 보안심사위를 열어 비밀 해제를 실시했다. 전전 대통령 잡을 거리를 찾으려는 것이다. 정말 이래도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