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단지에 가구당 최고 8억4000만원의 초과 이익 부담금이 부과될 것이라는 정부 발표가 나오자 인근 새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 부담금 부과 대상 재건축 단지는 거래가 얼어붙었지만 이미 신청을 완료해 환수를 피한 재건축 단지엔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부푸는 '풍선 효과'가 어김없이 나타난 것이다.

5년간 유예됐다가 올해부터 재시행되는 초과이익 환수제는 재건축 투기를 막기 위한 제도다. 강남 재건축 과열은 분명 비정상이다. 재건축이 투기세력의 표적이 돼 있고 일부 재건축 조합이 용적률과 분양가를 높여 과도한 탐욕을 부리는 것이 사실이다. 주택을 주거가 아니라 차익을 취하는 주식 거래쯤으로 여기는 세태는 끝나야 한다. 초과이익 환수제 부활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될 우려가 있다. 오랜 기간 살았던 실거주자인데도 미실현 이익에 거액 부담금이 부과되는 경우가 속출할 것이다. "한 집에 오래 산 것이 죄냐"는 항변이 터져 나온다. 고정 소득 없이 집 한 채만 갖고 있는 퇴직자나 노령층은 수억원의 부담금을 낼 능력이 안 될 수 있다. 자기 집에 살았을 뿐인데 집을 반강제로 팔아야 하는 처지로 몰리게 된다. 개인마다 주택 구입 시기가 달라 시세 차익이 달라도 일률적으로 같은 부담금을 내야 한다는 형평성 문제도 생긴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초과이익 환수제가 도리어 집값 상승을 초래할 가능성이다. 이번 조치로 재건축 시세가 단기적으론 하락할 것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재건축 아파트 공급을 줄여 품귀 현상을 빚게 할 가능성이 있다. 수요가 있는데 공급을 줄이면 집값은 결국엔 올라가게 돼 있다. 역효과가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온갖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정부의 집값 대책은 여전히 수요 억제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8·2대책'으로 도리어 집값 급등을 자초하더니 지난주엔 재건축 가능 연한을 30년에서 40년으로 되돌리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종합부동산세 강화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세청은 네 번째 일제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시장(市場)과 전쟁하던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

강남 집값이 오르는 근본 이유는 '좋은 집'에 대한 실수요다. 거주 여건이 좋고 교육·생활환경이 양호한 주택에 대한 수요가 커졌지만 공급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서울 안에 대규모 택지가 바닥나 재건축 외에는 아파트를 대량 공급할 곳이 없다. 8학군의 교육 환경과 편의시설을 갖춘 강남 재건축에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다. 초과이익 환수제 등의 규제를 과격하지 않게 실시하면서 강남 외의 지역에 강남 수준의 아파트를 공급하는 정책을 꾸준히 병행해야 한다. 시간이 걸려도 결국 그 길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