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의 평창행 초청창 받고도 출전 포기
러시아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장거리의 올가 그라프(35)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최종 승인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 러시아 개인 자격 출전 선수 169명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도 출전을 거부했다.

30일(한국시간)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그라프가 IOC의 초청을 받고도 평창올림픽 출전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여자 3000m와 팀추월 동메달을 목에 건 그라프는 개인 자격으로 평창올림픽에 출전하는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Olympic Athlete from Russia) 169명 명단에 포함됐다. IOC는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가 제출한 평창올림픽 참가 희망 선수 500명 명단에서 도핑에 연루된 적이 있는 111명을 제외하고 389명 중 169명을 추려냈다. IOC는 지난 28일 이 명단을 최종 승인했다.

그라프는 "IOC 독립위원회에서 내가 '깨끗한' 선수라는 것을 인정해준 것은 기쁜 일이다"면서도 "하지만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의 절반 이상이 평창올림픽에 초청받지 못했다. 난 그들의 결백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평창올림픽이 있는 올 시즌에 커다란 희망을 안고 있었다. 소치올림픽에서 좋은 성과를 냈고, 4년 동안 최대한 헌신적으로 훈련하며 다가올 올림픽을 준비했다"며 "가장 주요하게 준비하던 종목은 팀추월이었다. 하지만 팀추월 파트너 중 한 명이 초청 명단에서 제외됐다"고 짙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라프는 "러시아 선수들이 중립국으로 평창올림픽에 참가해야 한다는 IOC의 결정에 무척 부정적이다. 차별을 받는 상황에서도 국가의 명예를 지킬 준비가 돼 있었지만,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이 대거 출전할 수 없게 되면서 나의 희망도 무너졌다"고 강조했다.

IOC로부터 평창올림픽 초청장을 받은 러시아 선수 중 출전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은 그라프가 처음이다.

IOC는 소치올림픽에서 국가 주도 대규모 도핑을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는 러시아의 평창올림픽 출전을 금지했으나 개인 자격으로 출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

러시아의 평창올림픽 보이콧도 예상됐으나 러시아 정부는 개인 자격으로 출전하는 러시아 선수들을 막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ROC도 여타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선수들을 지원할 뜻을 드러냈다.

그라프의 결정에 알렉세이 크라프초프 러시아빙상경기연맹 회장은 "선수들의 어떤 결정이든 존중한다"고 전했다.

그라프는 평창올림픽 불참이 그의 은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훈련을 계속하고 싶고, 시즌을 이어갈 것이다. 다른 대회가 있다면 참가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