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2일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 실형(實刑)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우 전 수석이 미르재단·K스포츠 재단과 관계된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 관련 비위를 인지하고도 감찰에 나서지 않아 직무를 유기했다는 공소 사실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우 전 수석은 국가정보원을 동원해 이석수 특별감찰관과 일부 교육감 등 공직자와 민간인들을 불법 사찰한 혐의에 대해서도 별도 재판을 받고 있다.

민정수석은 경찰, 검찰, 국정원 등을 관장하는 실세(實勢) 중 실세다. 만일 우 전 수석이 국가 사정 기관으로 하여금 대통령 주변 인물들의 비리와 전횡을 철저하게 감시하도록 했다면 최순실씨의 허무맹랑한 국정 농단은 사전에 차단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 전 수석은 2016년 8월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감찰하던 이석수 당시 특별감찰관이 기자와 통화한 것을 트집 잡아 '국기 문란'으로 밀어냈다. 또 안 전 수석을 도와 미르재단 등의 설립에 법적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문건을 작성하는 등 혐의 은폐에도 가담했다는 것이다.

우 전 수석이 민정비서관으로 재직하던 2014년 11월 '정윤회 문건 사건'이 터졌을 때 경찰 출신 전 청와대 행정관은 검찰 조사에서 '최순실씨가 권력 서열 1위'라고 진술했다. 그때 민정수석실과 검찰이 제대로 파고들었더라면 최씨 존재가 드러났을 것이고 국정 농단은 그 시점에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문건을 작성한 사람만 구속하고 끝냈고, 우 전 수석이 그 직후 민정수석으로 승진한 것은 사건을 잘 마무리한 공로였을 것이다.

우 전 수석은 2016년 11월 검찰에 소환됐을 때 기립해 있는 검사 앞에서 팔짱 낀 자세로 웃고 있는 장면이 촬영돼 국민의 공분을 샀다. 민정수석이 대통령의 심기(心氣)만 살피려 들고 제 역할을 하지 않으면 정권 자체가 비참한 말로를 겪을 수 있다는 사실을 우 전 수석이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