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수원교구 소속 한모 신부가 2011년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봉사 활동을 하던 여신도를 성폭행하려던 일이 뒤늦게 드러나 지난주 정직(停職) 처분을 받았다. 한 신부는 고(故) 이태석 신부가 활동했던 남수단에 파견돼 4년간 선교 활동을 하면서 이태석 신부를 다룬 TV 다큐 '울지마 톤즈'에도 출연해 유명해졌다. 피해 여신도가 지난주 TV에 나와 한 신부의 성폭행 시도를 폭로하면서 알려졌다. 한 신부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소속으로 평택 쌍용자동차 사태부터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과 한상균 전 민노총위원장 석방 요구 기자회견까지 시국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고 한다. 성직자가 봉사 활동 하러 온 여신도를 성폭행하려고 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고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 사람이 '정의 구현'을 내걸고 있었다니 참으로 가증스럽다.

천주교 인권위원회 간부가 2014년 함께 활동하던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나와 경찰이 내사에 들어갔다. 이 간부는 밀양 송전탑 반대,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등에 앞장섰고, 경찰청 인권침해사건진상조사위 민간 위원을 맡기도 했다. 이 사람에게 '인권'은 위장 도구에 불과했다. 이런 위선이 없다.

그런데 '나는 꼼수다'를 진행했던 김어준씨는 지난주 인터넷 방송에서 '미투 운동'을 언급하며 "타깃은 결국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진보적인 지지층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나 좌파 인사들의 성폭력 가해 사실이 계속 드러날까 봐 걱정하는 것이다. 타깃(표적)이라는 말을 쓴 것을 보면 그는 최근의 미투 현상을 누군가가 뒤에서 조종하는 것으로 보는 모양이다. 성폭력 피해자 문제에 좌파 우파가 어디에 있나. 겉으로는 정의 인권을 내걸고 뒤로는 성폭력을 저지르는 사람들이나 그 위선이 드러나는 것을 음모라고 보는 사람이나 다를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