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왕세제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2009년 원전(原電) 수주를 계기로 맺어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승격하기로 했다. 양국은 1980년 수교했지만 실질적 발전은 2006년 노무현 대통령 UAE 방문 때부터였다. 이명박 정부에서 원전 수주와 아크부대 파병 등으로 꽃이 피면서 중동에서 유일한 우리의 전략적 동반자 국가가 됐다. 경제적으로도 작년 교역량 149억달러, 중동에서 우리의 수출 1위 국인 허브 국가이다.

그랬던 양국 관계에 현 정부 들어 빨간불이 켜졌다. 임종석 비서실장을 급히 UAE에 보내면서도 무슨 일이 있는 건지 일절 밝히지 않았다. 다만 전 정부에서 맺은 비공개 군사 협약을 '적폐 청산' 한다면서 잘못 건드려 반발을 불렀다는 정도만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지난번 잡음이 일기는 했지만 양국 관계는 훼손되지 않았다"며 "오히려 국방 협력을 더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군사 분야 문제였음을 처음 인정하면서도 이젠 다 해결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근치(根治)가 된 것인지 불안하다.

양국 관계 발전의 획기적 계기가 바라카 원전 건설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UAE는 세계 7위 원유 매장 국가이면서도 미래를 생각해 원전 도입을 결정했고, 프랑스와 기존 관계를 깨면서까지 우리를 택했다. 계약대로 4기의 원전이 완성되면 UAE 발전량의 25%를 우리가 지은 원전이 담당하게 된다. 이런 사업을 원전 수출 경험이 전무했던 한국에 맡긴 것은 UAE로선 중대 결단이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고리 1호기 공사를 중단하며 "원전은 안전하지도, 저렴하지도, 친환경적이지도 않다" "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UAE로선 황당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에는 UAE 언론 인터뷰에서 "바라카 원전은 양국 관계에서도 참으로 '바라카(baraka·신이 내린 축복)'의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같은 원전을 두고 이렇게 말이 다르면 진정한 신뢰가 생기겠나.

문 대통령은 오늘 UAE 원전 1호기 건설 완료 행사에 참석한다. 핵연료 장전에 필요한 모든 건설이 완성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통해 원전에 대한 새로운 입장을 정립하기 바란다. 원전은 우리 전체 에너지 원료 수입액의 0.5%를 갖고 30%의 전력을 생산해왔다. 경제 기적의 원동력이다. 내일 있을 아크부대 방문을 계기로 흔들렸던 양국 군사 협력도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