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도 전날에 이어 미세 먼지 오염이 극심했다. 안개까지 겹쳐 하늘은 탁했고 시민들은 숨쉬기 불편하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어디 피할 곳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전 국민이 무력감(無力感)을 느껴야 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4년 세계 179개국 도시 초미세 먼지(PM2.5) 오염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113번째로 스리랑카·베트남·타이·필리핀 등과 함께 중하위권에 속했다. 유럽·북미 등 선진국 가운데서는 우리나라(27.8㎍)보다 상태가 나쁜 나라가 없었다. 북미와 유럽 국가들은 대체로 5~15㎍ 수준이었다.

우리는 그동안 중국 탓을 많이 해왔다. 특히 고농도 오염 때는 오염 물질의 60~80%가 중국서 날아온다는 것이 환경 당국의 견해였다. 그러나 시카고대 연구팀은 얼마 전 중국 주요 도시 초미세 먼지 농도가 최근 4년 사이 32%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석탄발전소 신규 건설 금지, 철강 생산 규제, 대도시 차량 통행 제한, 석탄 난방 금지 등 강력한 조치들을 시행해왔다. 최근 며칠 수도권에선 미세 먼지와 함께 질소산화물 오염이 동시에 치솟았다. 질소산화물은 미세 먼지의 전 단계 물질로 주로 차량에서 배출되는데, 대기 중 수명이 짧아 중국에서 건너왔다고는 볼 수 없다. 적어도 최근은 중국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선진국들도 처음부터 좋았던 것이 아니다. 도쿄의 경우 1967년 신임 도쿄도지사의 구호가 '도쿄에 푸른 하늘을'이었다. 요즘은 도쿄 도심에서 사흘에 하루꼴로 100㎞쯤 떨어진 후지산이 또렷하게 보인다고 한다. 미국 뉴욕도 1950년대엔 PM2.5 오염이 수백㎍이었던 걸로 분석되는데 2016년엔 16㎍까지 낮아졌다.

작년 성균관대 의대 연구팀에 따르면 2013년 사망자 26만6000명 가운데 대기오염으로 인한 초과 사망자가 6.9%인 1만8200명이나 됐고, 이 중 대부분인 1만6800명이 초미세 먼지 영향으로 분석됐다. 미국 시카고대 연구팀은 미세 먼지(PM10)를 10㎍ 정도 낮추면 수명이 0.6년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우리가 PM10 농도를 45~50㎍에서 선진국 수준인 25~30㎍으로 개선시키면 수명을 1.2년 늘릴 수 있는 것이다.

오염 수준이 높을 때는 연료 정책과 배출가스 규제 등 몇 가지 핵심 정책만 시행해도 농도를 쉽게 떨어뜨릴 수 있다. 일정 수준까지 개선된 다음에는 추가적인 개선에 더 많은 비용이 들게 된다. 지금부터는 전력투구를 하지 않으면 국민 건강의 직접적인 위해(危害) 요소인 미세 먼지 오염을 개선하기 힘든 것이다. 정부는 작년 9월 초미세먼지 50㎍ 초과 일수(전국 합계)를 2016년 258일에서 임기 말인 2022년 78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지금 정부의 움직임을 보고 그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