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를 중국 업체에 매각하는 방안에 결사 반대해오던 노조가 찬성으로 돌아서 회사 측과 경영 정상화 방안에 최종 합의했다. 이로써 금호타이어는 법정관리 사태를 피하고 중국 업체에 인수된 상태로 회생을 추진하게 됐다. 애당초 금호타이어의 해외 매각은 피할 수 없는 외길 수순이었다. 3년간 2000억원 적자를 낸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곳이 중국 업체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도 정부와 채권단은 지역 여론과 노조 눈치를 보면서 시간을 끌었다. 더 이상 채권 만기 연장이 없다고 해놓고는 세 차례나 연장해주며 원칙을 깨기도 했다. 지난달 인수 업체가 결정된 후에는 노조가 저지 투쟁에 나서면서 매각을 방해했다. 노조는 자구(自救)에 반대하면서 이미 4조원을 쏟아부은 채권단에게 돈을 더 내라고 요구했다. 국민 세금으로 부실기업 노조원 월급 달라는 억지이자 생떼였다.

결정적이었던 것은 3월 30일 청와대가 "정치 논리로 해결하지 않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을 노조 측에 명백히 전한 것이었다. 그러자 불과 몇시간 뒤 그토록 강경하던 금호타이어 노조가 입장을 전격적으로 바꿨다. 결국 노조가 그동안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린 것은 문 대통령이 자기들 편을 들어줄 것으로 믿고 있었던 때문이었다. 그 기댈 언덕이 사라지자 노조 억지는 바로 무너졌다.

1년여 동안 해외 매각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금호타이어 몸값은 9500억원에서 60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처음부터 정부가 확고한 입장으로 일관했다면 금호타이어 문제는 더 일찍, 더 적은 비용으로 해결됐을 것이다. STX조선과 성동조선도 청산 가치가 존속 가치보다 높았는데도 수년간 12조원을 쏟아부으며 연명시켜 주었다. 4조원을 투입했는데도 여전히 경영난에 시달리는 대우조선도 마찬가지다. 이 부실기업들에 들어간 국민 세금은 거의 대부분 노조원들 월급으로 쓰였다.

부실기업 문제는 복잡하지 않다. 입에 쓴 약을 먹고 새 살을 돋아나게 할 것이냐, 환자에게 설탕물을 계속 먹여 병을 키울 것이냐다. 역대 대통령들은 설탕물 요법을 써왔다. 국민 세금으로 부실기업 노조원들 월급을 주면서 문제를 회피해온 것이다.

지금 정부 앞에는 한국GM, 대우조선·대우건설, 해운·철강·유화 등 구조조정 수술대에 오를 기업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성패는 문 대통령이 '표'나 '지역 배려'가 아니라 원칙을 지킬 것이냐는 것이다. 대통령이 원칙을 지키면 노조도 억지를 부리지 못한다는 것을 금호타이어 사태가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