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조선업·해운업 발전 대책을 발표했다. 내용을 보니 또 세금 퍼붓기다. 조선업은 20만명을 웃돌던 종사자가 지난 3년 새 7만명 넘게 줄었고, 중국에 쫓겨 세계 1위 자리까지 흔들린다. 해운업은 1년 전 세계 7위 한진해운이 무너지고 국내 업계의 매출이 10조원 넘게 줄어들었다. 이렇게 된 근본 이유는 제때에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선과 해운의 불황 신호는 이미 오래전에 왔다. 불황 때는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기업도 살고 업계에 새살도 돋는다. 모든 나라가 그렇다. 그런데 우리는 노조와 지역, 정치권 반발에 정부가 타협해 구조조정 대신 국민 세금을 퍼부어 부실기업 노조원 월급 대주는 식으로 연명시켜 왔다. 그 결과 병이 낫는 것이 아니라 상처가 곪고 썩었다.

새 정부는 예상대로 더 큰 세금 설탕물통을 들고 왔다. 정부는 올해와 내년에 5조5000억원 규모의 정부 선박을 발주하겠다고 했다. 또 2020년까지 세금 3조원 등을 지원해 해운사들이 200척의 신규 선박을 주문케 한다고 했다. 이미 조선업에 20조원이 넘는 세금이 들어갔다. 그런데 나아진 것은 아무것도 없고 부실기업 노조원들이 세금으로 월급 받는 준공무원이 돼 있을 뿐이다. 근본 처방 없이 현 상황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대책으로 조선 3사가 5년간 1만5000명을 신규 채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선업이 호황일 때도 1년에 수백 명 수준밖에 못 뽑았는데 무슨 수가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세계 해운업계가 공급 과잉 불황인데 배를 늘린다는 것도 무슨 계산인지 알 수 없다.

한국에서 부실기업 처리는 예외가 없다. 세금을 쏟아부어 계속 상황 모면만 하는 것이다. 그러면 기업의 손해가 국민의 손실로 전가된다. 국민은 세금을 냈지만 그것이 '자기 돈'이라는 명확한 의식이 없다. 그러니 정권이 세금을 포퓰리즘에 쓸 수 있는 것이고 나라는 점차 골병든다. 국민이 세금이 어디로 흘러가 증발되는지 감시하고 심판하지 않으면 이를 막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