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국회의원 때 했던 부적절한 행동들이 연일 드러나고 있다. 이제는 윤리적인 문제를 지나 사법적 차원에서 다뤄야 할 수준까지 커졌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9일 "민정수석실 확인 결과, 의혹이 제기된 해외 출장 건들은 모두 공적인 목적으로 이뤄진 것이며 적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김 원장은 국회 정무위 소속이던 2015년 피감(被監) 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예산 3000여만원으로 비서와 함께 미국·유럽을 열흘간 다녀왔다. 김 원장은 직원 동행이 문제가 되자 "산하 연구기관을 총괄 담당하는 정책 비서"라고 했었다. 실제로는 임시로 일했던 여자 인턴이었다는 사실이 이날 드러났다. KIEP는 당시 보고서에서 '의전(儀典) 성격 출장'이라고 적었는데 인턴 접대에까지 국민 세금을 쓴 것이다. 또 김 원장은 "(해당 출장 전후에) KIEP가 요청했던 유럽사무소 예산을 국회 심의 과정에서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를 근거로 김 원장에게 하자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출장 뒤 열린 예산 소위에서 관련 예산을 부대의견에 넣자고 하며 "내년에는 예산을 반영하자"고 주장했고, 실제로 2억9300만원이 2017년도 예산에 반영됐다. 이 정도면 거의 뇌물 수준이다. 적폐 수사 식으로 하면 김 금감원장이 온전할 수 있겠나. 청와대는 김 원장 보호에만 급급하다 거짓말에 동조한 결과가 됐다.

김 원장과 관련된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그는 2014년에는 한국거래소(KRX) 돈으로 보좌관과 함께 우즈베키스탄 출장을 다녀왔고, 2015년 5월에는 우리은행 돈으로 중국·인도 출장을 다녀왔다. 모두 김 원장 권한 내에 있는 기관들이다. 중국 출장에 대해선 "공식 업무만 했다"고 했지만 시내 관광을 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금융사와 대기업 대관 업무 책임자들을 상대로 자신이 소장으로 있던 더미래연구소의 350만~600만원대 고액 강좌를 운영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을 잘해온 기관장도 이 정도 사실이 드러나면 그만둬야 할 판이다. 더구나 김 원장은 의원 시절 피감 기관장들에게 "관련 기업들로부터 출장 비용을 지원받는 것은 명백히 로비이고 접대" "기업 돈으로 출장 가서 자고, 밥 먹고, 체재비 지원받는 것이 정당하냐"고 수없이 따졌던 사람이다. 그 이중성에 혀를 차게 된다.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외에 이날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도 "뇌물죄와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지 법적 검토를 해야 한다"고 했다. 정의당도 "흠결을 안고 제대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래도 민주당은 이날 "금융시장 개혁을 좌초시키려는 의도"라고 어이없는 소리를 하고 청와대는 귀를 닫아버렸다. 비판은 아무리 정당해도 반(反)개혁으로 몰아붙이고 높은 지지율로 덮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