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전 청와대 앞에서는 두 개 시민단체가 같은 시간에 각각 대입 '정시 확대'와 '정시 축소'를 요구하는 시위를 했다. 교육부가 입시 정책에서 중심을 못 잡고 헤매자 시민단체들이 길거리로 나와 각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등에서도 입시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이번 사태는 시작부터 교육부가 만들어낸 것이다. 교육부 차관은 최근 주요 대학에 전화해 내년 입시에서 정시 정원을 늘려달라고 했다. 교육부는 10여 년간 '정시 축소' 정책을 펴왔는데 갑자기 정반대 정책으로 바꾸면서 이를 공식 발표 없이 전화로 알린 것이다. 학생·학부모·학교가 당황할 수밖에 없다. 이대로 가면 현재 고3, 고2, 고1, 중3학년 입시가 모두 제각각이라고 한다. 한 나라의 교육정책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지난 6일 당정청 회의에 여권 인사들이 모였지만 뻔한 말만 오갔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교육부가 대입(大入)과 관련, 구체적 지시를 대학에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당연한 얘기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다. 관료들이 이렇게 이상한 결정을 내렸다고 보기 힘들다. 그런데 청와대는 "지시 안 했다"고 하고 교육부는 "우리 자체 판단"이라고 한다. 교육부 자체 결정이었다면 그 자체로 큰 문제다. 입시를 한두 번 다룬 것도 아닌데 혼란이 명백한 정책을 즉흥적으로 결정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갑자기 아마추어가 됐나.

교육정책 혼선과 갈등을 예방하고, 드러난 혼선은 조율해 해소하라고 교육부 장관이 있다. 그런데 김상곤 장관은 취임 초 국정교과서를 폐지하는 등 지난 정부 정책을 뒤집을 땐 열심이더니 이 정부가 자초한 정책 혼선에는 얼굴도 볼 수 없다. 최근 그가 뉴스에 오른 거라곤 서울 강남 아파트를 20억원이 넘는 액수로 팔아 양도세 중과(重課)를 피했다는 것 정도다. 김 장관의 평소 소신은 수능 절대평가다. 그렇게 되면 수능 변별력이 떨어져 정시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교육부 차관이 말했다는 지침과 반대다. 교육부는 이번 주 2022년 입시 시안(試案)을 발표한다. 학교 현장은 또 한 번 출렁일 것이다. 교육부 장관이 당당히 나와 얽히고설킨 사태를 어떻게 풀 건지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