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의 구조조정 문제가 마지막까지 진통을 겪은 것과 대조적으로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회생한 중견업체 대한조선 스토리가 화제다. 전남 해남 대한조선 작업소에선 곳곳에서 용접 불꽃이 튀고 윙윙 쇠 가는 소리가 진동하는 등 활기에 가득 차 있었다. 독(선박 건조장)이 텅 빈 다른 중소형 조선사와 달리 대한조선은 내년 말까지 일감이 꽉 차 있다. 10년 불황에 허덕이는 한국 조선 산업의 전반적인 모습과는 딴판이다.

대한조선의 '나 홀로 회생' 비결은 노사가 합심해 추진한 선제적 구조조정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충격으로 대한조선도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잇따라 겪었다. 하지만 2015년 말 법정관리를 졸업하면서 다른 회사보다 더 빠르고 더 강도 높은 자구(自救) 노력을 기울였다. 정직원 수를 최소화하고 협력업체를 많이 활용해 고용 유연성을 높였다. 복지 혜택을 최소한도로 줄이고 임직원들은 연봉의 10~40%를 자진 반납했다. 노조는 흔쾌히 협조했다. 단 한 번 파업이나 투쟁이 없었다. 노조위원장은 "회사가 살아야 나도 산다고 생각하는 직원이 많다"고 했다. 이것이 바로 회생의 핵심 비결일 것이다.

대한조선의 부활은 비슷한 시기 부실화된 STX조선이 여전히 경영난에 허덕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고통스러운 구조조정 대신 국민 세금으로 연명하는 편한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회사는 정치권에 줄 대기 바빴고, 노조는 민주당 경남도당을 점거하기도 했다. 10년 전 세계 4위(수주 잔량 기준)까지 올랐던 STX조선의 작년 매출(3958억원)은 대한조선(4389억원)보다 못한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근로자들은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내몰렸다. 입에 쓴 약을 먹었느냐, 세금 설탕물을 먹었느냐 여부가 두 조선사와 근로자들의 운명을 갈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