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교육부는 현재 중3 학생들이 치르게 될 2022 입시안을 공개했다. 말이 발표지 뜯어보면 학생·학부모에게 제대로 알려준 건 하나도 없다. 신입생 선발 방법, 선발 시기, 수능 평가 방법 등 모든 것을 백지상태로 둔 채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에서 8월에 최종 결정한다는 게 요지다. 이번 입시안 발표는 원래 작년 여름에 하려던 것을 준비 부족이라며 미룬 것인데 그동안 뭘 한 것인지 알 수 없다. 교육부는 지난 몇 달간 외부 전문가들이 만든 입시안(案)을 받아서 이를 통째로 국가교육회의에 넘기는 역할만 했다. 책임지지 않겠다는 얕은수가 그대로 보인다.

수능 평가 방법만 해도 전(全) 과목 절대평가, 국어·수학·탐구만 상대평가, 수능 원점수제 등을 제시했다. 여기에 선발 방법, 시기별로 다수 방안이 제시돼 이것저것 조합하면 적어도 100여개의 서로 다른 입시안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이 정부 교육 공약이 '단순하고 예측 가능한 입시'인데 정반대로 간다. 앞으로 이 문제를 다룬다는 국가교육회의에는 아직 '대입특위'가 구성되지도 않았다. 국가교육회의 위원 중 입시 정책 전문가는 거의 없고 전교조 출신 등으로 채워져 있다.

어제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장관 된 이후 수능 절대평가를 얘기한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절대평가는 이 정부 교육 공약이었다. 김 장관 스스로도 작년 학부모 간담회에서 "절대평가가 필요하다"고 했다. 교육 수장이 몇 달 전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를 정도로 정책의 기준, 지향점이 없다. 난파선처럼 교육정책이 이리저리 흘러간다. 그러니 10년 지속해온 수시 확대 입시 정책을 차관이 대학들에 전화 한 통화로 바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런 교육부가 대학들에는 예산배정권을 휘두르며 온갖 갑질을 한다. 교육부 폐지론이 다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