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부부가 2일(현지 시각) 예루살렘 총리실을 방문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부부에게 ‘신발 디저트’를 대접해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신발을 더러운 물건으로 여기는 일본 문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이를 식탁에 올렸다는 지적이다.

이날 양국 간 만찬에서는 검은 신사화 모양의 금속 용기에 담긴 초콜릿이 디저트로 나왔다. 이는 이스라엘 유명 셰프이자 총리 공관 요리사인 세게브 모셰의 작품으로, 모셰는 지난해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도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의 얼굴 모양을 본 딴 디저트를 선보여 화제가 된 바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부부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부부와의 만찬에서 대접한 ‘신발 디저트’.

이스라엘 일간 ‘예디옷 아하로놋’은 7일 이스라엘 고위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이는 멍청하고 몰상식한 결정이었다”며 “유대인에게 돼지 모양의 접시에 초콜릿을 담아 대접한 격”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 소식통은 “일본 문화에서 신발만큼 경멸받는 대상은 없다”며 “일본인들은 신발을 신고 집에 들어가지도 않는다. 심지어 총리와 장관, 의원들 모두 사무실에서 신발을 신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한 일본 외교관도 “모욕적이다”며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외교관은 “식탁에 신발을 올리는 문화는 어느 나라에도 없다”며 “만일 (신발 디저트가) 유머를 뜻했다면 우리는 이를 재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7만명 이상이 팔로잉하는 모셰의 인스타그램에는 “일본은 이를 잊지 않을 것”, “저녁 식사에 신발을 내놓는 것이 잘못됐다는 건 어느 문화권에서나 상식” 등 비판 댓글이 잇따랐다.

논란이 거세지자 모셰의 홍보 에이전시는 이날 성명을 통해 “디저트가 담겼던 구두는 진짜 구두가 아닌 세계적인 예술가 톰 딕슨의 조각품”이라고 해명했다. 모셰는 “아베 총리 부부는 물론 네타냐후 총리 부부도 식사, 특히 디저트에 만족했다”고 반박했다.

세게브 모셰(가운데) 셰프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부부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부부에게 ‘신발 디저트’를 선보이고 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이번 만찬 메뉴 등을 사전에 승인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셰프를 존중하고 인정한다. 그는 매우 창의적이다”며 “우리는 일본 총리를 매우 존경한다”고 밝혔다.

일본은 별다른 항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주 이스라엘 일본 대사관은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 총리가 주재한 개인적인 만찬”이라며 “대사관으로서 공식 코멘트는 삼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