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각) 러시아 남서부 크라스노다르주와 크림반도를 잇는 크림대교 개통식에서 직접 트럭을 몰고 다리를 건너기 위해 운전석에 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각) 러시아 남서부 도시 타만에 나타났다. 이곳에서 크림(Crimea)반도를 연결하는 19㎞짜리 '크림대교' 개통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청바지에 점퍼를 걸친 푸틴은 러시아제 대형 트럭 '카마즈'의 운전석에 올라탔다. 양쪽 사이드 미러 위에는 러시아 국기가 나란히 펄럭였다.

푸틴이 맨 앞에서 트럭을 출발시키자 30여 대의 다른 트럭들이 뒤를 따랐다. 19㎞를 16분에 주파해 크림반도에 도착한 푸틴은 개통식에서 "세기의 대역사를 완성한 여러분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크림대교는 포르투갈의 '바스쿠다가마 대교'(17.3㎞)를 제치고 유럽에서 가장 긴 다리가 됐다.

푸틴은 2014년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림반도를 강제로 빼앗은 뒤 이 다리를 건설해 크림 지역에 대한 영유권을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표시해 왔다. 2016년 2월 본격적으로 건설에 들어간 이 다리는 오는 11월 개통 예정이었다. 하지만 푸틴의 재촉에 공기(工期)를 6개월이나 앞당겼다. 인부 1만5000명을 투입해 군사 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쉼 없는 공사를 진행했다. 왕복 4차선에 하루 4만대의 차량이 오가며 연간 1400만명을 실어나르게 된다고 관영 리아노보스티통신이 보도했다. 공사비는 36억달러(약 3조9000억원)가 투입됐다.

푸틴은 개통식에서 "우리 아버지들이 살던 차르 시대부터 이 다리를 꼭 만들고 싶어 했다"고 했다. 선조들의 염원을 자신이 이루어냈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크림대교는 2차 대전 때 만들어진 적이 있다. 75년 전 독일이 히틀러의 지시로 다리를 건설하던 중 완공하지 못하고 연합군에 밀려 퇴각했다. 소련의 스탈린이 그 공사를 이어받아 완성하라고 지시했다. 소련은 1944년 다리를 개통시켰지만 급조된 탓에 다리를 강타한 유빙(流氷)의 충격을 이기지 못해 6개월 만에 무너져내렸다. 크림대교엔 3명의 독재자(히틀러·스탈린·푸틴)와 영토 분쟁의 역사가 깃들어 있는 것이다.

크림대교 개통에 대해 볼로디미르 그로이스만 우크라이나 총리는 "크림반도를 일시 점령한 러시아가 국제법을 무시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유럽과 미국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통치를 불법 침략으로 간주해 경제 제재를 가하는 중이다.

푸틴의 '대교 패권주의'는 러시아 동부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본토와 사할린섬을 잇는 가칭 '사할린 대교'를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푸틴은 "사할린을 이대로 방치하지 않고 본토와 연결시키겠다"고 천명했다. 일본 우익은 사할린섬 남쪽 일부와 홋카이도(北海道) 동쪽의 쿠릴열도가 일본의 영토라며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푸틴은 사할린을 러시아 본토와 연결해 사할린이 러시아 영토라는 사실에 쐐기를 박겠다는 것이다.

사할린 대교의 길이는 현재 10㎞로 예상된다. 어떤 구간에 가설하느냐에 따라 크림대교보다 더 긴 다리가 등장할 수도 있다. 막심 소콜로프 교통부 장관은 14일 "올해 안에 건설 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며 다리가 아닌 해저터널을 놓는 방법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