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유명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 씨가 17일 오전 0시 40분쯤 별세했다. 향년 82세.

고인의 장녀인 이정우 디자이너는 “어머니께서 한 달 전 폐렴으로 입원하셨는데 노환 등으로 병세가 악화했다”면서 “병세가 호전되기도 했는데 갑작스럽게 상태가 다시 악화했다”고 밝혔다.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씨가 17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1936년 대구에서 태어난 고인은 전업주부로 살다가 1976년 마흔에 뒤늦게 한복 디자이너 길로 들어섰다. 1980년 10월 한국의상협회 창립을 기념하는 한복 패션쇼에 참가하면서 패션쇼와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었다. 이듬해 1월 신라호텔에서 첫 개인 패션쇼를 개최했다.

1993년 한국 디자이너 최초로 파리 프레타포르테 쇼에 참가해 저고리를 없앤 한복 드레스로 호평 받았다. 이후 2000년 뉴욕 카네기홀 패션 공연, 2004년 뉴욕 이영희 한복 박물관 개관, 2007년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한복 전시, 2008년 구글 캠페인 ‘세계 60 아티스트’ 선정 등을 거치면서 세계적인 한복 디자이너로 우뚝 섰다.

고인은 한복의 세계화에도 앞장섰다. 이씨는 미국 뉴욕에서 한복 박물관을 운영했다. 또 일본 NHK홀에서는 7000명을 초청해 한복 패션쇼를 열기도 했다.

지난 2016년 TV조선 '인생다큐-마이웨이'에 출연해 80대에도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 중인 모습을 소개하며 “죽기 1시간 전까지 패션쇼를 하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증손자의 돌맞이 한복을 손수 준비하는 등 사랑이 넘치는 할머니의 모습도 보여줬다.

유족으로는 딸 이정우 디자이너, 장남 이선우, 차남 이용우 등 3남매가 있다. 고인의 외손자 며느리는 배우 전지현(37)이다. 전지현은 2012년 고인의 외손자인 최준혁씨와 결혼했다.

빈소는 삼성병원장례식장 17호. 발인은 19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