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쇼트트랙 대표팀의 에이스 심석희(21)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 직전인 지난 1월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에게 선수촌 내 밀폐 공간에서 수십 차례 폭행을 당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수사기관에 조 전 코치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문체부는 23일 대한체육회와 합동으로 실시한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대한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조 전 코치는 대표선수 강화훈련 기간 중에 여러 차례에 걸쳐 심석희를 폭행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격려 방문을 하루 앞둔 1월 16일에는 선수촌의 밀폐된 공간에서 발과 주먹으로 심석희를 수십 차례 폭행했다고 문체부는 밝혔다. 심석희는 폭행의 공포감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선수촌을 빠져 나왔다고 한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선수촌을 찾아 쇼트트랙 선수들을 격려했을 때 심석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국가대표팀 지도자들은 폭행 사건을 은폐하려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문체부는 “문 대통령이 방문한 1월 17일 조 전 코치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대표 지도자들도 폭행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심석희가 몸살감기로 병원에 갔다고 대한체육회에 허위 보고했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폭행 수단과 폭행 정도를 감안하고, 또한 가족들의 의사를 존중해 지난 16일 조 전 코치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앞서 대한빙상경기연맹은 1월 말 ‘심석희 폭행 및 선수촌 이탈 사건’이 보도되자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조 전 코치를 영구제명했다. 조 전 코치는 최근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로 합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코치는 어린 시절 심석희를 발굴해 스타로 키워낸 것으로 알려졌다. 강릉이 고향인 심석희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조 전 코치의 권유에 따라 스케이트를 본격적으로 배우려고 서울로 올라왔다. 심석희는 평소 가장 존경하는 은사로 조 전 코치를 꼽아왔다.

심석희는 선수촌을 이탈한 지 이틀 만인 1월 18일 복귀했다. 하지만 폭행 사건 때문에 마음을 다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평창동계올림픽 500m 예선에선 탈락했고 이어 1500m 예선에서는 넘어졌다. 다행히 쇼트트랙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심석희는 “계주 경기를 하기까지 많이 힘든 부분이 있었다”고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