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면세점 사업권 기간이 다시 10년으로 늘어날 수 있게 됐다. 기획재정부 면세점제도개선 태스크포스가 어제 이런 내용의 권고안을 확정했다. 6년 전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재벌이 독식한다"면서 10년 단위로 갱신해주던 사업권을 5년으로 줄이는 법안을 밀어붙였다. 그렇게 만든 법이 적용된 2015년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사업권을 잃고 6개월 넘게 문을 닫아야 했고, SK 워커힐면세점은 결국 사업을 접었다. 그 손실이 수천억원에 달한다. 온갖 소동, 소란, 피해 끝에 법을 사실상 되돌리는 것이다. 10년마다 재입찰해야 하는 규제가 남아있긴 하다.

서울 시내 대형 면세점은 한국 관광업계에서 유일하게 세계 수준이라고 부를 만했다. "첨단 IT 분야 못지않은 혁신 유통 모델"이라고 했는데, 어처구니없는 악성 규제로 장기 투자와 혁신이 설 자리를 잃었다. 해외 명품 업체들이 "멀쩡한 면세점을 5년 만에 문 닫게 하는 이해할 수 없는 규제"라는 항의 서한을 정부에 보낼 정도였다. 실직 위기에 몰린 2000여 명의 면세점 직원들의 눈물과 한숨을 보고 수많은 사람이 혀를 찼다. 대체 정부가 왜 면세점 허가권을 쥐고 갑질을 하는지부터 알 수가 없었다. 국민소득이 3만달러에 육박한 나라에서 시대착오적인 행태다. 공무원들 인허가 권세 늘려준 것 외에 나라에 도움 된 것이 뭐가 있나.

면세점 업계에서는 이 규제법을 '홍종학 법'이라고 불렀다. 당시 민주당 홍종학 의원이 입법을 주도한 장본인이다. 말도 안 되는 법을 만들어 놓고 논란이 커지자 "싫으면 안 하면 될 것 아니냐"고 한 그 사람이다. 그는 정권 교체 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됐다. 입법 갑질로 최악의 규제 중 하나를 만든 사람이 규제와 상극인 4차 산업혁명과 혁신 성장을 이끌 장관에 임명된 것이다. 희극 같은 일이다. 그는 '홍종학 법'의 말로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