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표면은 10여 개의 거대한 지각판으로 이뤄져 있다. 한반도를 떠받치는 건 유라시아판 하나다. 하지만 일본 열도 밑엔 태평양·필리핀해(海)·유라시아·북아메리카판이 부딪치고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 30년 이내에 일본 서부에서 대지진이 일어날 확률은 70~80%, 동부에서 대지진이 일어날 확률은 70%에 달하고, 이 경우 지진 발생 후 20년간 일본 경제가 감당해야 할 피해액이 각각 1410조엔(서부), 731조엔(동부)에 달할 거라고 일본토목학회가 7일 발표했다.

일본 서부에서 일어날 대지진은 일명 '난카이(南海) 트로프(trough·해저협곡) 대지진'이라고 한다. 중부 오사카에서 남부 규슈 앞바다까지 약 900㎞에 걸쳐 펼쳐진 해저협곡에서 90~150년을 주기로 대지진이 발생한다. 1330명이 죽고 가옥 3만5000채가 무너진 1946년 와카야마(和歌山)현 지진이 마지막이었다.

일본 동부에서 일어날 대지진은 일명 '수도권 직하형 대지진'이라고 한다. 200~400년에 한 번씩 일어나지만 어디까지나 평균치일 뿐 그보다 촘촘하게 일어날 때도 있고 한동안 건너뛸 때도 있다. 조선인 학살이 벌어졌던 1923년 간토대지진이 마지막 사례였다.

일본 정부는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 수도권 직하형 대지진이 둘 다 일어난다는 전제하에 각종 방재정책을 짜고 있지만, 지진 발생 직후에 벌어질 직접적인 피해만 계산했지 장기간의 영향은 구체적으로 계산한 적이 없다. 일본 전문가들이 20년에 걸친 피해액을 추산해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진 자체는 피할 수 없지만 건물 내진화와 도로 정비, 인프라 보수 등에 미리 공을 들이면 피해액을 3분의 1 정도 줄일 수 있다는 게 토목학회가 내린 결론이다.

일본토목학회는 일본 서부 지역 내진화·도로 정비에 약 40조엔을 쏟을 경우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 피해액을 509조엔(36%) 줄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본 동부 지역에 대해서는 약 10조엔을 투입해 방재 인프라를 보강하면 수도권 직하형 대지진 피해액을 247조엔(34%) 줄일 수 있다고 계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