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 미·북 정상회담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 철수는 지금 논의 대상은 아니다"면서도 "언젠가 나는 그렇게 되길 원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우리 병사들을 (한국에서) 빼고 싶다. 우리 병사들이 집으로 돌아가길 원한다"면서 "한국에만 3만2000명의 우리 병사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래 협상을 봐야 한다"고도 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 발언으로 주한미군 감축 논란이 현실화하는 듯한 모양새다.

이번 회담을 앞두고 한·미 양국에선 주한미군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과거 주한미군 철수를 줄기차게 요구해 왔던 북한은 최근 대화 국면에서 이를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았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 주변의 일부 인사와 미국 쪽에서 이런 목소리가 나왔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4·27 남북 정상회담 직후 주한미군 철수 문제에 대해 "북한과도 논의할 이슈 중 일부"라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 국방부에 주한미군 감축 검토를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미 행정부는 해당 보도에 대해 부인했지만,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주한미군과 관련해 "(미·북) 지도자들이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모든 자유를 갖기 위해 공개되지 말아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직접 "주한미군은 한·미 동맹의 문제"라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미국은 부인하지만 미·북 간에 주한미군 문제가 비공식 논의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한미군 주둔은 쓸데없이 돈만 낭비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 같다"며 "앞으로 이어질 미·북 회담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미국이 주한미군 카드를 내밀 수 있다"고 했다.

미 하원이 의회 승인 없이 주한미군 규모를 2만2000명 미만으로 줄일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새 국방수권법을 통과시킨 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주한미군 철수·감축 결정을 내릴 것에 대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새 국방수권법은 미 상원 전체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현재 한·미가 협상 중인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주한미군 문제의 첫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훨씬 더 많이 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트럼프는 미 협상팀에게 현재 한국이 연간 부담하는 금액(올해 기준 9602억원)의 1.5배 이상을 받아내도록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방위비 분담금 이견이 계속되면 북한이 굳이 요구하지 않아도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 주장이 한·미에서 먼저 나올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