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잡아가라"는 소상공인들 반발에도 불구,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 법정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 오른 8350원으로 결정했다. 올해 16.4% 인상에 이어 내년에도 두 자릿수의 가파른 인상을 이어가게 됐다. 작년을 기준으로 하면 2년 새 인건비 부담이 29% 오르는 것이다. 8350원에다 주휴(週休) 수당 등을 합치면 내년엔 사실상 시급이 1만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수용할 수 없다"며 불복종 운동을 실행에 옮기겠다고 밝히는 등 고용 현장의 혼란과 갈등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최저임금 인상은 노사와 공익 대표로 구성된 최저임금위가 결정한 것이지만 사실상 정부 방침에 따른 것이나 다름없다. 사용자 위원들이 전원 불참한 가운데 고용부가 추천해 선임된 공익위원 9명이 두 자릿수 인상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공익위원들은 지난주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화 방안 표결 때도 노(勞) 측에 가담해 부결시켰다. 공익위원들이 내부적으로 고용부 입장을 따르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노사 어느 한쪽이 아니라 중립적 입장에 서야 할 공익위원들이 일방적으로 노동자 편을 들었다. 고용부가 애초 친(親)노동 성향 일색의 인사들을 공익위원에 앉혔을 때부터 예고됐던 일이다.

지나치게 급격한 최저임금의 인상이 저소득층 일자리를 줄이는 부작용은 몇 개월째 통계로 나타나고 있다. 취업자 증가 수가 5개월 연속 10만명 안팎으로 내려앉았다. 편의점·식당처럼 아르바이트 고용이 많은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최저임금에 민감한 임시직과 일용(日傭)직 취업자가 줄고 있다. 최하위층 소득이 감소해 소득 분배가 도리어 악화됐다. 노동 약자를 위한다는 최저임금 인상이 저소득층 일자리와 소득을 빼앗는 역설이 일관되게 확인되고 있다. 그런데도 또다시 두 자릿수로 인상된다면 고용 현장의 충격이 얼마나 클지 가늠하기 힘들다.

예상대로 정부는 세금 푸는 보완 방안을 들고나왔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약 3조원을 풀고 근로장려세제 등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한다. 최저임금을 무리하게 인상해 놓고 부작용이 생기자 세금을 쏟아붓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서민 경제와 저소득층 일자리를 죽여 놓고 세금은 세금대로 축내고 있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고용부 장관은 최저임금위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게 돼 있다. 고용부 장관은 두 자릿수 인상이 과도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재심의 요청권을 행사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