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대방동에 사는 이모(34)씨는 최근 여름용 침구를 장만하려다 고민에 빠졌다. 자녀가 안전하게 쓸만한 이불과 베개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민감하고 약한 아이 피부에 바로 닿는 물품인 만큼 다른 제품보다 신중하게 고르고 싶어 며칠을 침구 고르기에 집중했다. 피부에 자극이 적은 제품을 찾으려고 틈만 나면 학부모 커뮤니티 게시판을 둘러봤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침구업체 매장을 찾아가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씨처럼 침구를 구입할 때 디자인보다 원단에 신경 쓰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특히 자녀를 둔 부모나 민감한 피부를 가진 사람들이 더 까다롭게 원단을 따진다. 지난해 여름 국내에서 발생한 이른바 '아웃라스트 사태'가 이런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한몫했다. 당시 국내 한 유아용품 전문업체의 아웃라스트(기능성 신소재 원단) 제품의 피해 사례가 잇따랐다. 해당 제품을 쓴 아이 중 일부가 잔기침, 발진 등 호흡기와 피부 질환을 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이유로 요즘은 천연소재가 인기다. 대표적인 천연소재 섬유는 ▲면 ▲텐셀 ▲모달 등이다. 이 섬유들은 특징이 다르므로 원단별 장단점을 알아두면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고를 때 도움이 된다.

면(綿)은 평소에 땀을 많이 흘리는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소재다. 면은 흡습성이 높아 땀을 잘 흡수하고 통기성이 좋기 때문에 알레르기나 아토피 등 민감한 피부를 가진 사람에게 적합하다. 목화 솜에서 얻은 셀룰로스가 주성분인 식물성 섬유라, 물속에서도 강도가 떨어지거나 섬유가 손상되지 않아 관리하기도 편하다. 여기에 피부에 자극을 주지 않는다는 장점이 더해져 출산을 앞둔 예비 부모나 영·유아 자녀를 둔 가정에서 특히 선호하는 편이다.

부드러운 촉감의 천연 소재로는 텐셀 원단을 꼽을 수 있다. 텐셀은 오스트리아 섬유 전문기업 렌징사(社)가 개발한 기능성 천연 소재로, 유칼립투스추출물을 활용한다. 천연 섬유의 장점과 합성 섬유의 실용성을 모두 갖춘 게 특징이다. 표면 마찰력이 작아 매끄러우므로 민감한 피부에 닿아도 피부 자극이 크지 않다. 면보다 발산(發散)율이 좋아 쾌적함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이러한 특징 덕분에 활동량이 많은 어린이의 옷이나 셔츠, 고급 침구 소재로 다양하게 활용된다.

모달은 너도밤나무를 활용해 만드는 섬유다. 부드러운 촉감에 뛰어난 흡수성으로 피부에 닿을 때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 염료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 소재라 세탁할 때 다른 옷에 물을 들이는 이염 우려가 적다. 면에 비해 잘 수축하지 않으며 물세탁으로도 거의 변형되지 않아 많은 가정에서 침구를 살 때 고려하는 소재다.

한 침구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피부가 민감한 사람이나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 침구를 구입하려고 매장을 방문할 때 가장 먼저 원단 종류를 묻는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숙면이나 피부 보호를 목적으로 천연 소재로 만든 제품을 찾는 사람이 느는 추세"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