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의 스포츠 복권인 '바둑토토'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7년 만에 재점화됐다. 경기 결과를 맞히는 토토는 적중률에 따라 구입비만 날릴 수도, 그 몇 배의 배당을 받을 수도 있는 '합법적 도박'이다. 바둑토토가 시행되면 토토 매출 총액의 3% 정도를 한국기원이 지원금으로 받는다. 이 돈을 프로·아마 유소년 육성 등을 위한 경비로 활용하자는 게 찬성론자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감당해야 할 반대급부는 그보다 더 크다. 인기 프로 스포츠 종목들이 이미 수차례씩 토토 관련 승부 조작 파문에 휩쓸려 홍역을 치른 바 있다. 특히 바둑은 말(馬)이나 경륜, 경정 등 보조수단 없이 사람끼리 1대1로 겨루는 게임이어서 조작 유혹 및 조작으로 의심받을 가능성 모두 매우 높다. 중견 프로 안형준 5단은 "도입될 경우 동료 기사들이 극성 구입자들의 악플과 욕설에 시달리며 큰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19일 한국기원서 열린 임시 기사총회 광경, 바둑 토토 도입 찬반투표 결과 찬성이 101대 59로 많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19일 프로기사회가 임시총회를 열어 토토 도입 찬반 투표를 실시했다. 결과는 찬성 101표, 반대 59표로 찬성률 63.1%. 2011년 실시한 찬반투표 때의 65.6%에 비해 다소 낮아진 수치다. 이 투표는 현직 국회의원인 조훈현 9단 측이 주도하고 프로기사회가 협조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조 의원 측은 "기사들이 도입을 원할 경우 힘이 돼주고 싶다는 생각에 기원 및 기사회와의 사전 교감을 거쳐 나섰다"고 밝혔다.

한국기원은 아직 '다음 행마'를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유창혁 사무총장은 "매우 애매한 찬성률이 나왔다. 바둑 토토는 역기능에 대한 우려도 높아 기사들의 압도적 지지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운영위원회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고, 최종 도입 여부는 이사회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기사회 손근기 회장은 "확고한 찬성률은 분명 아니다. 다만 다수의 기사들이 토토 진입에 따르는 파급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는 점은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바둑계 외부에도 우려의 시선이 만만치 않다. 한 50대 팬은 "20년 전만 해도 바둑을 사기 도박 수단으로 이용한 사건이 종종 사회면에 등장하곤 했다. 바둑이 사행성 베팅 게임이 될 경우 그 이미지를 떠올릴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예술적, 교육적 가치를 인정받아 오다가 '미투 사건'으로 휘청한 터에 시기적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둑토토는 7년 전 체육진흥공단의 적극 지원 아래 진입 직전까지 갔으나 끝내 무산됐을 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발행 대상 단체 지정 신청, 체육진흥공단의 사업계획서 제출, 문화부 승인 등 절차도 첩첩산중이다. 청소년 기사 대상 홍보 및 교육 등 사전 준비 없이 투표가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여론에 대해 유창혁 총장은 "충분한 검토 후 전 기사들의 총의를 확인하는 재투표를 실시할 생각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