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대 학비지원·병역특례 폐지 방침
신입생 정원도 반토막으로 줄이기로
순경 출신 승진 길 열리나

지난달 30일 '경찰대 개혁 추진위원회'(추진위)가 발족되면서 경찰대 개편이 본격화 되고 있다.
경찰청은 내년인 2019년 군복무 혜택을 폐지하고, 2020년부터는 신입생 선발인원을 절반으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경찰대학 설치법이 개정되는 대로 학비 전액지원 혜택도 사라질 전망이다.

경찰대 4기 출신의 민갑룡 경찰청장이 개혁의 총대를 맸다. 그는 취임 이후 첫 기자회견에서 “경찰 간부 인적 구성이 다양해져야 하고, 지나치게 경찰대 중심으로 쏠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경찰대 출신들은 입장이 엇갈린다. “경찰대 개혁은 시대적 요구”라는 쪽이 있는 반면, “경찰대 출신들이 ‘적폐 세력’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고 반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018년 3월 13일 충남 아산 경찰대학에서 열린 2018년 경찰대학생과 간부후보생 합동 임용식에서 초급 간부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①순경 승진길 연다
경찰공무원이 승진하려면 순경·경장은 1년, 경사는 2년 이상 재직해야 한다. 매년 치러지는 승진 시험에 매번 합격한다면 순경이 경위까지 진급하려면 최소 4년이 걸린다. 경찰대는 졸업만하면 경위로 입직(入職)하기 때문에 승진 경쟁에서 최소 4년을 버는 셈이다. 실제 전국 총경(서장급) 583명 가운데 320명(54.8%)이 경찰대 출신이다. 이보다 한 계급 더 높은 경무관으로 가면 경찰대가 전체 67.1%(51명)을 차지하고 있다.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도 ‘경찰대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같이 일했던 부하직원 가운데 S대 경제학과, E여대 출신 순경들이 있었어요. ‘스카이(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졸업자도 순경으로 들어오는 시대입니다. 이런 친구들과 비교해서 경찰대 출신이 ‘엘리트 경찰’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경찰대 출신이라고 우대받는 건 오히려 불공정 합니다.”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일선 경찰관 최모(55)씨 얘기다.

민 청장도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순경에게도 경찰 간부의 문호를 열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경찰 간부 인적 구성 다원화 △순혈주의 기수문화 타파 △순경 출신의 관리자 진입 등을 실현하겠다고 언급했다. 경찰대의 고위직 독점논란을 타파하고, 순경 승진 길을 열겠다는 것이다.

순경 출신들은 “경찰대 개혁은 순경에게 승진 길이 열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면서 기대감을 보였다.

②경찰대 정원 축소(100명→50명)
경찰 개혁위는 경찰대 정원을 기존 100명에서 절반으로 줄일 것을 권고했다. 경찰대는 이를 받아들여 오는 2020년부터 고졸 신입생 입학 정원을 50명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감축되는 인원 50명은 편입생(25명)과 현직 경찰관(25명)으로 채운다. 경찰대 입학 정원은 2015년도 120명100명으로 한 차례 감축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조직 내에서 경찰대 출신의 입지도 점차 줄어들 전망이다.

경찰대를 졸업한 현직 경찰들은 술렁이고 있다. “경찰대 개혁한다고 정원을 반으로 줄이고, 나머지는 편입시킨다고 하는 게 말이 안 됩니다. 이런 규모라면 대학교라고 할 수가 있습니까. 말이 안 되는 조치입니다. 경찰대가 ‘적폐’로 몰린 것 같은 기분입니다.” 경찰대 출신의 한 경찰 간부 얘기다.

경찰대 개혁 조치를 반기는 여론도 있다. 또 다른 경찰대 출신 간부는 "순혈주의가 비판을 받는데, 경찰대를 졸업했다고 무슨 혜택을 받았던 건 없는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조직 내부에서 계파가 형성되는 점에서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한다"고 했다.

③학비 전액 무료 혜택 폐지
종전까지 경찰대 학비는 무료였다. 세금으로 메우던 경찰대 학비지원도 폐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내년 경찰대 학비는 국립대 수준으로 책정된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장학금 혜택은 일반 국립대보다는 보다 폭 넓게 확대한다는 것이 경찰청 방침이다. 육군사관학교, 공군사관학교, 해군사관학교는 종전대로 학비를 포함한 모든 비용이 지원된다. 입시전문가들은 "사관학교와 경찰대는 수험생이 겹치는 경향이 있다"며 "경찰대 혜택이 줄어들면 사관학교를 택하는 수험생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④군복무 대체 혜택 폐지
입대로 '경력단절' 없이 조직 내에 머무를 수 있다는 점은 경찰대 남학생의 특혜였다. 내년부터는 경찰대 군역(軍役)혜택도 폐지된다. 지금까지는 경찰대를 졸업하면 의무경찰(의경) 소대장으로 복무하는 대체병역제가 시행됐다. 내년부터는 경찰대 재학생도 휴학계를 내고 병사로 입대하거나, 졸업 이후 학사장교로 복무해야 한다. 의경제도 자체가 2023년 폐지되기 때문이다.

경찰대 입시전문 학원인 스카이입시교육의 노환기 원장은 “군 복무 대체 제도가 폐지되고 학비지원이 없어진다면 경찰대 입시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4월 12일 부산경찰청 1층 상무관에서 열린 '2016년 제1차 경찰공무원(순경) 채용 체력시험'에서 남자 응시자가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