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일자리가 1년 전보다 5000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워낙 생소한 숫자라 다시 보게 될 정도다. 일자리 증가가 30만개는 돼야 고용시장에 나오는 청년층의 구직 수요를 충당할 수 있다. 정부 목표치도 30만개였다. 과거에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일자리 증가는 대부분 30만개 안팎이었다. 그런데 5000개라니 거의 재난(災難)에 가까운 사태다. 지난해엔 월평균 31만명씩 늘어났는데 올해 들어 10만명대로 쪼그라들더니 급기야 신규 일자리 창출이 사실상 제로(0) 수준으로 떨어지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실업자도 7개월 연속 100만명을 웃돌았다. 구직(求職)을 단념한 사람이 54만명을 넘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경제의 중추인 40대 취업자가 14만명 넘게 줄었다. 보통 문제가 아니다. 모두가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이 정부에서 벌어진 일이다.

정부는 날씨와 인구구조 탓을 한다. 중국 관광객 감소 때문이라고도 한다. 모두가 어느 정도의 영향은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5월에는 비가 와서 그렇다고 하더니 이제는 폭염 때문이라니 구차하게 들린다. 저출산의 영향이 이렇게 갑자기 절벽처럼 나타날 리도 없다. 일자리 대책이라며 무려 33조원이나 되는 국민 세금을 퍼붓고 나온 결과가 이렇다니 어이가 없다.

이 정부 들어 유독 고용이 급전직하하는 것은 이 정부가 취한 정책에 원인이 있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다. 가장 큰 요인은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이다. 음식·숙박업, 임시·일용직, 사업시설관리업 등 최저임금에 민감한 업종과 분야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줄었다. 지난해까지 늘어나던 이들 일자리가 올해 들어 갑자기 줄어든 것은 연초부터 최저임금이 16% 올랐기 때문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실제로 고용 현장에선 최저임금을 줄 형편이 안 돼 종업원을 내보내고 아르바이트생을 줄였다는 소상공인들 사례가 넘쳐나고 있다. 소상공인들이 최저임금 불복 투쟁에 나서고, 올해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최저임금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을 강행한 소득주도 성장 실험이 일자리를 잡아먹고 있다는 사실부터 인정해야 한다.

소득주도 성장을 주도했던 청와대는 고용 재난 사태 앞에서 입을 다물었다.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했던 문재인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유일하게 경제부총리가 소집한 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이 "일부 업종·계층에서 나타났다"는 마지못해 꺼낸 한마디가 나왔다. 참담한 일자리 현실에 비하면 책임 회피로 볼 수밖에 없다.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대로 계속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라고 위기의식이 없을 수는 없을 것이다. 최근 혁신 성장을 강조하면서 묵은 규제들을 풀겠다고 했다. 대기업 투자도 요청했다. 처음부터 이 정공법의 정책을 폈어야 했다. 이 방향 전환이 제대로 효과를 보려면 경제에서 정치를 빼야 한다. 세금 퍼붓기가 주 내용인 소득주도 성장론은 경제정책이 아니라 정치 도그마다. '세금 일자리'가 이미 실패했는데도 또 10조원을 넣는다고 한다. 내년 예산안은 470조원이 넘는 초(超)수퍼 예산으로 부풀리겠다고 한다. 모두 국민 세금이다. 지금 문제는 정책 오류와 반도체를 제외한 거의 모든 국내 대표 기업들의 부진이다. 삼성전자 하나를 빼면 전체 상장사 순익이 마이너스 7.3%다. 앞으로 세수도 줄 수밖에 없다. 그때는 어떻게 할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