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유남석 헌법재판관을 헌법재판소장 후보로 지명했다. 같은 날 민주당은 김기영 서울동부지법 수석부장판사를 헌법재판관에 추천했다. 유 재판관은 법원 내 진보 성향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창립 멤버이고, 김 부장판사는 그 후신(後身) 격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이다. 대통령과 여당이 특정 판사 서클 출신 인물들을 주거니 받거니 헌재소장과 재판관에 뽑은 것이다. 두 모임은 모두 김명수 대법원장이 회장을 지냈다. 우리법연구회 출신들이 사법부의 두 축인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동시에 이끌게 되는 것이다.

우리법·인권법연구회 판사들은 스스로 학술연구 모임이라고 해왔다. 그러나 요즘 재판을 받는 원고, 피고들은 재판장이 이 모임 소속인지를 맨 먼저 확인해 본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쪽 출신이거나 민변 변호사를 선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술 모임이 아니라 사법부 내 신(新)권력 집단이다. 현 정부 들어 바뀐 대법원장·대법관 8명 중 3명이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방법원 법원장, 판사 3000명의 인사 실무를 담당하는 인사총괄심의관, 일선 법관 몫 대법관 추천위원도 우리법 또는 인권법 판사들이 맡고 있다. 청와대 법무비서관과 법무부 법무실장도 마찬가지다. 과거 군(軍) 요직을 독식한 하나회보다 더한 독식이다.

현 정권 출범 이후 사법부는 정권과 코드가 맞는 단체 출신들로 속속 채워지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그 밑에서 비서관을 했던 전직 민변 회장 두 사람이 최근 나란히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 정권에선 대법관 5명과 헌법재판관 4명이 더 교체된다. 사법부는 권력의 독주를 견제하고 국민 인권침해를 막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자면 그 구성에서도 권력에서 떨어져 중립성이 지켜져야 한다. 지금은 권력과 법원이 거의 동일체처럼 돼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