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정책으로 2030년까지 최대 1만명의 원전 산업 인력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정부 용역 보고서가 나왔다. 원전 수출을 못할 경우 현재 3만8800명인 원전 인력이 12년 뒤엔 3만명 미만으로 감소해 4명 중 1명이 실직한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원전 업체 42곳을 조사한 결과 사업을 유지하겠다는 곳은 시공·정비 분야가 25~27%에 불과했고, 설계 부문은 제로(0)였다. 보고서는 부품·유지·보수 업체 상당수가 문을 닫으면서 "원전 안전 운영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적었다. 정부 발주 보고서조차 탈원전의 위험성을 경고한 것이다.

정부는 최악을 가정한 시나리오라며 원전을 해외에 수출하면 일자리와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탈원전을 한다면서 원전 수출을 기대하는 것부터 자기모순이다. 실제로 유력시됐던 영국에 대한 원전 수출이 갑자기 틀어졌다. 한전이 22조원 규모 사업의 우선 협상권을 따냈으나 한 달여 전 그 권리를 잃은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전도 우리가 유리할 것이라던 당초 구도가 빗나가고 있다.

자국에서 원전을 짓지 않는데 해외 수출을 하는 나라는 찾기 힘들다. 세계 최초로 상업 원전을 만든 영국은 원전 건설을 중단한 이후 자국의 원전 운영을 해외 업체에 의존하게 됐다. 독일은 탈원전 7년 만에 자국 원전업체가 5000개에서 100개로 줄었다. 탈원전과 원전 수출이 별개라는 정부 논리는 억지일 뿐이다.

탈원전 충격은 이미 현실화됐다. 흑자 기업이던 한전과 한수원이 적자로 돌아섰다. 원자력 공학의 산실인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의 신입생이 끊어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원전의 안전성이다. 보고서 지적대로 원전 업체들이 사업을 중단하면 원전의 노후 부품 공급과 운영·보수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크다. 정부 발주 보고서조차 탈원전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는데 정부만 아니라고 고집을 피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