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과 주요 야당 대표들이 10일 청와대의 동반 방북 제안을 거절했다. 정치권에서는 여당 출신 국회의장조차 설득하지 못한 청와대의 공개 제안을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 의장은 이날 오후 ‘제3차 남북정상회담 기간 국회의장단 동행 청와대 공식초청에 대한 국회 입장’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이날 오후 이주영·주승용 부의장과 강석호 외교통일위원장을 차례로 만나 협의한 결과, 금번 정상회담에는 정기국회와 국제회의 참석 등에 전념하기 위해 동행하지 않기로 하고 이같은 협의결과를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헌법 기관장 초청 오찬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의 발언을 듣던 중 환한 웃음을 보이고 있다.

문 의장은 "오늘(10일) 청와대로부터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 국회의장단과 외교통일위원장이 동행해달라는 공식 초청을 받았다"며 "정상회담 공식 특별수행원이 아니라 정상회담기간 별도의 남북국회회담 일정으로 동행해 달라는 설명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제3차 남북정상회담 후 열릴 가능성이 있는 ‘남북 국회회담’에 여야가 뜻을 모아 함께 참여하기로 두 부의장 및 외통위원장과 의견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문 의장 측 관계자는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청와대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의 브리핑 직전 동반 방북 초청 의사를 전했지만, 국회의장단의 입장을 전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주요 야당 대표들도 사전 협의가 없었던 청와대 제안에 거절 의사를 밝혔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입장문을 통해 "협상과 대화의 주체는 단순할수록 좋다"며 초대를 거절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행정부가 실질적 비핵화를 추진할 수 있는 약속을 해오길 바란다"며 "실질적 비핵화가 확인되면, 그 결과에 따라 우리도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과연 정당 대표들이 그렇게 갈 이유가 있는가 싶다"고도 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는 "(당 대표들이 가서) 말은 하겠나. 의례적인 인사하고 밥 먹고, 저녁 먹고 할 것"이라고 거절 의사를 밝혔다.

임 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공개 초청 전 야당과 사전 협의가 있었냐는 물음에 "설명하기 전이고, 정무수석을 통해 초청의 뜻을 일일이 찾아뵙고 설명하려고 한다"며 "국회정당대표단이 이번 동행을 수락하면 저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찾아뵙고 전반적 준비과정을 설명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사전 협의가 없었다고 인정한 셈이다.

임 실장이 초청 의사를 밝힌 국회 및 정당 대표 9명 중 6명이 제안을 공식 거절하면서 사실상 청와대의 국회정당특별대표단 구성은 무산됐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민주평화당이 밝힌 ‘초청 환영’ 입장은 빛이 바랬다. 홍익표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초당적 외교 협력 차원에서 국회 의장단과 각 당 대표들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평양을 방문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했고, 박주현 민주평화당 대변인과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도 "이번 결정을 크게 환영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여권 출신 문 의장이 직접 제안을 거절한 것은 이례적이다. 국회 입장문이라는 간접적인 형식이지만, 입장문에는 "오늘(10일) 청와대로부터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 국회의장단과 외교통일위원장이 동행해달라는 공식 초청을 받았다"는 문장이 들어갔다. 청와대 브리핑 직전에 형식적으로 제안한 것에 대한 문 의장 쪽 불편함이 보이는 대목이다.

청와대의 ‘보여주기식’ 제안이 만들어낸 예견된 실패라는 분석도 나온다. 임 실장이 브리핑한 직후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서 처음 나온 질문은 ‘야당과 사전 협의가 있었냐’였다. 주요 야당이 이미 방북에 동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손학규 대표는 "청와대에서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지금 남북관계는 보여주기보다는 북한의 비핵화를 끌어내고 북한과 교류협력을 하는 게 목표인데, 야당 대표·국회의장을 쭉 데려가서 뭘 보여주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앞서 임 실장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2018년 평양 정상회담준비위는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2박3일간 진행될 평양 정상회담에 문희상 국회의장을 비롯한 이주영·주승용 부의장 등 국회의장단과 강석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바른미래당 손학규, 민주평화당 정동영, 정의당 이정미 대표 이상 9분을 특별히 국회 정당 대표로 초청하고자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