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FTA 개정 협정문에 서명했다. 협상 결과에 양측 모두 만족하는 모습이다. 협상에서 미국은 2021년 1월 1일 철폐 예정이었던 한국산 화물차 관세를 20년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은 엘리엇 같은 미국계 헤지펀드가 한국 정부 정책으로 손해 봤다며 소송을 남발하는 것을 막기 위한 근거 조항을 만드는 성과를 거뒀다.

우리 기업이 미국에 수출하는 화물차는 아직 없다. 이번 협상이 당장 한국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관세 부과 기간을 20년이나 연장해 한국 화물차의 대미 수출 잠재력의 싹이 잘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초 한미 FTA를 아예 폐기하려 했다가 참모들 반대로 생각을 바꾼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아슬아슬한 국면에서 개정안이 타결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국 수출에서 미국 시장 비중은 12%로 중국(25%)에 이어 둘째다. 한미 경제 동맹이 무너지면 한국 경제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 더구나 지금은 북한 비핵화 문제로 한미 군사·외교 동맹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 불확실 상황에서 한미 경제 동맹이 끊어지는 것을 막았다는 건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하지만 미국은 FTA 말고도 다른 수단을 갖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수입 제품이 미국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 관세를 매기도록 한 '무역확장법 232조'를 내세워 전방위 통상 전쟁을 벌이고 있다. 평양 남북 정상회담 기간 중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북한에 가지 않고 직접 미 정부 당국자들을 찾아가 관세를 면하게 해달라고 사정했다. 그만큼 다급했기 때문일 것이다.

한미 FTA가 계속 유지되고 미국이 한국 자동차에 대한 관세 공격을 일단 접는다 하더라도 '무역확장법 232조'는 언제든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칼날이 될 수 있다. 한미 FTA 파고를 넘었다고 안심할 수 없다. 정부가 선제적으로 미국과 맺은 경제 동맹을 강화할 다각도 노력을 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