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약 7개월 만에 다시 내놓은 일자리 종합 대책에서 인턴·아르바이트 같은 두세 달짜리 단기 일자리를 올해 말까지 5만9000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부처별로 산하 공기업·공공기관을 총동원해 단기 임시직을 채용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공공기관을 넘어서 아예 정부가 직접 세금을 투입하는 단기 알바까지 급조하겠다는 것이다. 고용 악화를 감추려고 이런 일까지 벌인다. 정부·공공기관 단기 일자리를 합쳐서 연말까지 전례없는 대규모로 단기 알바가 생긴다. 이렇게 해서 통계상 일자리 숫자를 늘리고 불리겠다는 계산이다.

정부가 밝힌 5만9000개의 단기 일자리 내용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하는 일도 없이 '체험'만 하면 월 150만원 정도 주는 '체험형 인턴'을 5300명 채용하고 대학 강의실 전등 끄는 게 업무인 '에너지 절약 도우미'를 1000명, 산불 등 화재 감시원을 1500명 뽑겠다고 한다. 산재보험 가입 안내며 외국인 불법 고용 계도, 소상공인 결제 수단 홍보, 전통시장 환경미화, 농한기 농촌 환경 정비 분야 등의 채용 계획도 있다. 가짜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일자리 숫자 올리기용 세금 살포다.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0)' 정책은 공기업 내부 노조·임직원의 고용 세습이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다. 이런 문제를 일으키면서까지 비정규직을 없애려 하는 사람들이 비정규직이 아니라 일자리라고도 할 수 없는 인턴·알바·임시직을 양산하겠다고 한다. 고용이 중요한 것은 일자리가 늘어야 소비가 늘어 성장의 선순환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가짜 일자리로는 국민 눈을 잠시 속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소비와 투자, 성장의 마중물이 될 수 없다. 투자 성장이 없으면 일자리는 늘지 않는다.

일자리 대책엔 '혁신 성장'으로 민간 일자리를 만든다는 항목도 들어갔다.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뤄지는 것은 없다. 원격진료, 카풀 같은 신산업 규제 개혁이나 산업 구조조정은 손도 못 대고 '추후 검토' '향후 추진'뿐이다. 수차례 당·정·청 협의를 했다면서도 이익 단체와 노조 눈치만 본다. 탄력근로제 허용 기간 연장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게 전부다. 부품 업체들이 3조원 긴급 지원을 요청할 만큼 위기에 몰린 자동차 산업 대책은 '신·기보 우대 보증 1조원을 공급한다'는 두 줄짜리 내용이 전부다.

세금을 투입하는 임시 변통으로는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정부도 모를 리 없다. 그런데 무슨 압박을 받는지 당장 눈속임하는 대책에만 허덕대고 있다. 세금 퍼붓기 말고는 다른 정책이 없다는 듯이 군다. 지금이라도 규제를 혁신적으로 풀고 기득권 노조를 개혁하는 정공법으로 기업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