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등이 추진하는 '특별재판부'는 유죄를 내리기 위해 형식적으로 재판하겠다는 것이다. 유죄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판사 선정에 개입하면 재판이 아니다. 2018년 대한민국에서 유죄 결론을 내려놓고 사법부를 배제한 채 특별재판을 하겠다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헌법을 뿌리째 흔들 수 있는 사태다.

법원장을 지낸 고위 법관은 "절대주의 국가에서처럼 순간의 기분에 따라 담당 법관을 정하거나 다른 사람으로 바꿔 버릴 때는 재판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글을 내부 통신망에 올렸다.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권력에 눌린 판사 사회와 승진에 목을 맨 판사 다수는 이 놀라운 사태에도 침묵하고 있다. 사법부 독립 침해 사건을 재판한다며 사법부를 아예 무력화하려는데도 수수방관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정권과 노조, 시민 단체가 법원을 마치 자신들 발아래 둔 듯 행동하거나 심지어 협박하는 일이 잇따랐다. 대통령은 아직 재판도 끝나지 않은 강정마을 폭력 시위대의 사면·복권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청와대 대변인은 이걸 받아 "대법원이 빨리 (재판) 절차를 진행해달라"고 독촉했다. 민정수석은 어느 판사가 법원행정처 관계자에 대한 검찰의 밤샘 조사 문제를 지적하자, 소셜미디어로 그 판사를 인신공격했다. 청와대는 대기업 총수에게 집행유예 판결을 내린 판사를 파면하라는 국민 청원을 대법원에 전달했다. 민노총 조합원들은 시골 법관이 된 전직 대법관에게 따지겠다며 몰려가 시위를 벌였다. 그때마다 "대법원장이 나서 사법부를 지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대법원장은 침묵했다. 하지만 이번만은 그럴 수 없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취임할 때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어떠한 시도도 온몸으로 막아내겠다"고 했다. 말뿐이었다. 권력의 눈치만 봐왔다. 김 대법원장은 특별재판부에 대해서도 찬성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공개적으로 사법부 독립 포기를 천명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