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초등학교 점심시간은 밥 먹는 데 20분, 노는 데 40분으로 나뉘어 있다. 아이는 밥 먹은 뒤 운동장이나 체육관에서 마음껏 뛰논다. 축구·야구·하키·배구 같은 운동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스웨덴에선 점심시간에 아예 교실 문을 걸어 잠그고 모두 운동장에 내보낸다. 프랑스 중학교에선 체육 수업이 주 4시간으로 프랑스어·수학과 함께 가장 많다. 선진국에선 거의 공통적인 모습이다.

▶우리나라에선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운동장에서 뛰어놀지 못하게 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아이가 다치면 학부모 항의를 받기 때문이다. 실제 작년 한 초등학교에서 체육 시간에 아이가 넘어져 찰과상을 입자 학부모가 교사를 고소했다. 초·중등 교육은 아이들 책 읽히고 운동시키는 게 핵심이다. 그런데 아이 무릎 까졌다고 교사를 고소하고, 그게 무서워 체육을 안 가르치면 교육을 포기하는 것이다.

▶요즘 교사는 별의별 민원을 다 받는다. 운동장에서 노는 대신 복도에서 마음껏 뛸 수 있게 해달라는 학부모도 있다고 한다. 아이가 유치원에서 모기에 물리면 "애 모기 물릴 때 뭐했느냐"고 성화다. 그래서 교사는 아이 몸에 상처가 있는지부터 살핀다고 한다. 책임을 면하려는 것이다. 고등학교에는 체육 수업 하지 말라는 민원이 들어온다. 공부할 아이들 왜 피곤하게 땀 빼느냐는 거다. 올해 서울대 건강사회정책연구실이 조사해보니 고등학교 체육 수업 권장 기준인 주 3시간을 지킨 학교는 25%에 그쳤다.

▶그러나 각종 연구 결과는 '뛰어놀아야 공부를 잘한다'는 것이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재작년 실험해 보니 일주일에 한 시간 마음껏 뛰어논 아이는 공부에 대한 흥미와 태도가 6%포인트 올랐다. 특히 하위 10% 학생은 21%포인트나 올랐다. 정상 수업한 아이는 변화가 없었다. 존 레이티 하버드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작년 인터뷰에서 "세계적으로 운동 기반 교육이 강화되는 추세인데 한국은 역행하고 있다"며 "매일 최소 40분 운동을 해야 피와 산소가 뇌로 많이 공급되면서 학습 능력이 좋아진다"고 했다.

▶스포츠는 신체를 단련하는 동시에 인간관계를 비롯한 사회성 훈련에 반드시 필요하다. 아이들은 스포츠를 통해 규칙과 명예, 승복, 협동과 희생의 가치를 깨닫는다. 선진국에서 다른 어떤 과목보다 체육을 중요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우리 청소년은 안경 쓰고 휴대폰으로 게임하는 것이 표본적인 모습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학교 운동장이 빈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