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굉장히 자주 우울해하지만 밝은 모습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는 거야. 다 잊고 산다고 하지만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딨겠어."(방탄소년단 진)

지난 3월 공개된 방탄소년단의 다큐멘터리 '번 더 스테이지'엔 소년들 민낯이 담겼다. 무대 뒤에선 탈진 상태로 몸을 못 가누는 모습, 안무 동선을 조정하다가 언성을 높이며 싸우는 모습까지 생생히 담겼다. 300일간의 해외 투어 대장정을 기록한 방탄소년단 다큐는 유튜브를 통해 독점 공개됐다. 유튜브가 유료 가입자들에게만 공개하는 '유튜브 오리지널' 시리즈 중 하나. 영화로도 만들어져 다음 달 15일 개봉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유튜브 오리지널 콘텐츠를 총괄하며 방탄소년단과 빅뱅 지드래곤 다큐멘터리를 기획한 네이딘 질스트라(45·작은 사진)를 29일 여의도에서 만났다. 유튜브 오리지널의 드라마 '탑 매니지먼트' 제작발표회를 위해 내한한 그는 "나도 BTS 팬클럽 '아미(ARMY)' 중 하나. 유튜브는 오래전부터 방탄소년단과 소통해왔고, 그들의 성공은 놀랍지 않았다"고 했다.

―방탄소년단 다큐멘터리는 어떻게 시작됐나.

"방탄소년단은 오래전부터 유튜브에서 독보적 입지를 점하고 있었다. 협업을 위해 다년간 공들여 설득했고, 그러던 중 빅히트가 해외 투어 과정을 다큐로 만들어보고 싶다고 제안했다. 빌보드에서 수상하기 한참 전의 일이다."

―성과는 어땠나.

"첫 번째 에피소드는 조회 수 1800만을 기록했다. 조회 수 85% 이상은 해외에서 발생했다."

방탄소년단 다큐멘터리‘번 더 스테이지’에서 공연을 마친 멤버들이 자축하며 건배하는 모습. 기획자인 네이딘 질스트라는“그들의 실제 삶과 가장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대본 없는 다큐 형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뿐 아니라 빅뱅 지드래곤의 다큐 역시 유튜브 오리지널로 공개됐다. 방송사가 아닌 유튜브를 선택한 이유가 뭘까.

"유튜브는 한 달에 로그인하는 유저만 18억 명에 달한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팬들과 연결될 수 있다."

―한국의 아이돌 팬덤 문화가 낯설진 않았나.

"색다른 방식으로 대화하는 작업이 재밌었다. 방탄소년단 다큐를 홍보할 때, 강남 한복판 광고판에 멤버들을 상징하는 이모티콘을 실어보기로 했다. 남들은 '뭐지?' 하고 지나갔겠지만 팬들은 바로 알아보고 소셜미디어에서 광풍을 일으켰다."

―지난해 4월 빅뱅의 예능 콘텐츠 '달려라, 빅뱅단!'이 공개됐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진 첫 번째 오리지널 콘텐츠였다. 한국을 선택한 이유는?

"유튜브는 전 세계에 반향을 일으킬 콘텐츠를 원한다. 한국 콘텐츠는 이미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고, 제작자나 배우·가수·유튜브 크리에이터 모두 최고의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만큼 탄탄한 자산을 가진 시장이 없다."

―미국에선 어떤 오리지널 콘텐츠가 성공했나.

"윌 스미스가 50세 생일을 기념해 헬리콥터에서 번지점프 하는 장면을 생중계했고,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라이브 채팅방에서 대화를 나누고 윌 스미스의 자선단체에 기부도 할 수 있게 했다."

―로버트 킨슬 유튜브 최고비즈니스 책임자(CBO)는 "인터넷 보급으로 역사상 처음으로 문화가 동쪽과 남쪽에서 시작돼 서쪽으로 확산하기 시작했다"며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사례로 들었다.

"싸이는 그야말로 티핑 포인트(극적인 변화의 순간)였다. 싸이를 기점으로 한국 콘텐츠가 폭발적인 속도로 해외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즐겨 보는 한국 유튜브 채널이 있나.

"웹드라마 '연애플레이리스트'를 즐겨본다. 한국 콘텐츠를 하도 많이 봐서 이젠 한국말도 조금 알아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