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보건복지부가 보고한 국민연금 개혁안 초안에 대해 전면 재검토 지시를 내렸다. 소득의 9%인 현재 보험료율을 11~15%로 올리거나, 기초연금을 현행 25만원에서 40만원으로 올려 정부가 세금으로 부담하는 방안 등 4가지 개혁안을 복지부가 보고했지만 사실상 퇴짜를 놓은 것이다. 청와대는 "국민이 기대하는 수준과 눈높이에 맞추라는 것이 문 대통령이 생각하는 연금 개혁의 대원칙"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질 않았다.

청와대는 일단 복지부 안(案)이 부실하다고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그간 국민연금 재정 확충을 위한 해결책을 국민연금 체계 내에서만 찾지 말고, 다른 사회보장제도와 함께 고려하라고 강조했는데 "그런 것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면 청와대는 그동안 뭐 하고 있었나. 복지부 개혁안은 지난 8월 국민연금제도발전위가 마련한 안과 수치만 조금 다를 뿐 보험료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하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넉 달을 복지부에 맡기고 손 놓고 있다가 이제 와서 복지부를 비난하는 것밖에 안 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월에도 국민연금 개편안에 대해 제동을 건 적이 있다. 당시 보험료를 내는 상한 연령을 65세 등으로 연장하고, 연금 지급 시기는 늦추는 내용의 개편안을 정부가 추진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국민 보험료 부담을 높인다는 등의 방침이 논의되고 있는 것처럼 알려진 연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대통령이 보기에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보험료율 인상이 부담스러워 결정을 회피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인기 없는 개혁은 안 하겠다는 것이다.

결국은 국민연금 보험료는 올릴 수밖에 없다. 저출산 고령화로 보험료 낼 사람은 줄고 연금 수령자는 늘어나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그러려면 정부가 백년대계를 세우듯 개혁안을 준비해 국민에게 이해를 구해야 한다. 지금 정부는 우왕좌왕하며 국민들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