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20일 "판사 탄핵을 국회가 적극 검토해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관련 판사에 대한 '탄핵 촉구' 안건을 의결한 바로 다음 날이다.

법관 탄핵은 대상자의 헌법·법률 위반 사실이 충분히 소명될 때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은 '사법행정권 남용'이라고 할 뿐 어느 것 하나 명확한 게 없는 상황이다. 검찰 조사를 받은 현직 판사는 60명 가깝다. 이 가운데는 윗사람의 지시에 따라 보고서를 작성한 사람도 있고, 검찰이 오히려 피해자로 분류한 경우도 적지 않다. 검찰은 거의 모든 혐의에 '직권 남용'을 적용하고 있으나 법조계에선 과연 유죄가 성립되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많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탄핵 대상 판사들의 숫자와 일부 실명(實名)까지 공개했다. 여당 최고위원은 "13명은 누가 봐도 (탄핵이) 분명하고, 좀 더 언급될 수 있다"고 했다. 사실 관계가 확정된 것도 아닌데 이름과 '죄상'이 무차별적으로 공표되고 있다. 인민재판이 이런 식일 것이다.

판사가 탄핵당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평생 쌓아온 명예를 송두리째 잃는 것이고 법원 전체로서도 심각한 사태다. 이걸 모를 리 없는 판사 대표들이 검찰과 국회에 탄핵 칼자루를 쥐여주며 동료들을 탄핵하라고 촉구했다. 그 이유가 '여론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여론은 누가 만드는 어떤 여론인가. 법을 다룬다는 판사 대표들의 인식이 이렇다. 여론으로 하면 지금 남에게 손가락질하는 이 판사들도 언제든 탄핵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들은 법복을 벗고 빨리 정치로 나서는 것이 옳다.

이번 탄핵 촉구 결의는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이 주도했다고 한다. 모두 김명수 대법원장이 회장을 지낸 법원 내 '진보 서클'이다. 현 정권 들어 이 모임 출신 판사들이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은 물론 대법관, 헌법재판관, 청와대 법무비서관 자리를 차지하며 사법부의 '신주류'로 자리 잡았다. 이들의 '사법 농단' 실태도 언젠가는 드러날 것이다.

실제 19일 있었던 법관대표회의에선 이들을 향해 "당신들이 쥐고 휘두르는 칼자루가 언젠가 칼날이 돼서 돌아올 수 있다"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지금은 어쩔 수 없지만 언젠가 되갚아주겠다는 경고다. 이들은 반대·기권(52표)이 찬성(53표)과 단 한 표 차이에 불과할 정도로 의견 대립이 극심했는데도 그대로 밀어붙였다. 일부 대표는 소속 법원 판사들 사이에 탄핵 반대가 많다는 걸 알면서도 찬성했다고 한다. 정치판에서나 나올 법한 말과 행동들을 판사들이 스스럼없이 하고 있다. 앞으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법원에서도 신주류와 구주류가 편을 갈라 권력 다툼을 하고 적폐 청산, 검찰 수사, 판사 탄핵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 법원이라 부를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