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21일 서울 국회의사당 앞을 비롯한 전국 14개 지역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총파업을 강행했다. 탄력근로제 기간을 다른 나라 수준으로 확대하는 조치 저지 등을 주요 파업 이유로 내세웠다. 주 52시간 근무제의 충격 완화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마저 못 하게 막겠다며 거리로 나왔다.

현 정권은 사실상 민노총과 한 몸이나 마찬가지다. 민노총 요구를 들어주지 않은 게 없다. 고용 유연성 확대를 위해 전(前) 정권이 도입한 '양대 지침'은 현 정부 출범 4개월 만에 휴지가 됐다.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도 폐기했다. 최저임금은 2년 연속 두 자릿수로 올렸고 비정규직 제로(0) 정책도 추진되고 있다. 노동계 출신 인사들이 정부 요직에 진출해 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쌍용차 해직자 복직을 위해 정부가 중재에 나서고, 폭력 시위로 수감됐던 전직 민노총 위원장은 가석방으로 풀어줬다. 정권 창출 과정에서 민노총 신세를 졌다고 생각해서인지 민노총이 '촛불 청구서'를 내미는 족족 들어주었다. 심지어 민노총 총파업 전날 전교조 합법화 등이 걸려 있는 해직·실직자의 노조 가입 허용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데도 민노총은 대통령 초청 행사에 퇴짜를 놓았는가 하면 노사정 대화를 지금껏 보이콧하고 있다. 감옥에 있던 민노총 위원장이 대통령과 양자 공개 토론을 제안한 적도 있다. 그러더니 이제는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며 총파업을 강행했다. 안하무인식 행태가 끝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올 들어 민노총이 주최한 집회가 6600건을 넘었다. 대한민국 어딘가에서 매일 21건씩 민노총이 집회·시위를 열고 있다는 뜻이다. 건설 현장에선 민노총 조합원을 쓰지 않는다고 공사장 출입구를 봉쇄하는 일이 예사로 벌어지고, 이른 새벽 주택가로 몰려가 소음 시위를 벌이기도 한다. 기업 사장실을 노조 사무실로 쓰겠다며 사장을 쫓아내는가 하면 지방 노동청을 순례하듯 점거하고 대검 청사와 국회의사당에도 난입해 기습 시위를 벌였다. 민노총이 마치 '폭력 면허'라도 받은 듯 행동하고 불법 시위를 수사하는 기관까지 민노총 불법 시위가 들이닥치는데도 아무도 개입하지 않는다. 이 나라에서 법 위에 군림하는 무소불위 집단이 있다면 바로 민노총일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거의 모든 지표가 악화되며 총체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용 사정은 재난 수준이고 성장세에 급제동이 걸렸다.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외환 위기 때보다 더 힘들다고 한다. 그런 속에서도 사정이 나아진 분야가 있다면 민노총을 비롯한 노동운동계다. 재작년 73만명이던 민노총 조합원은 84만명으로 늘었다. 대기업 귀족 노조가 이렇게 기득권을 지킬 때 수많은 청년들이 취업난에 허덕이고 있다. 현 상황을 방치할 경우 외환 위기 때보다 더한 구조조정과 대량 실업 악몽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온 지 오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