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6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사무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주장한 '포용 국가론'과 OECD가 추진하는 '포용 성장론'을 접목하는 문제에 대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최근 APEC(아·태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연설에서도 포용 국가론을 언급하며 APEC 차원의 '포용성 정책 사례집' 작성을 제안했다. 온갖 부작용을 일으키면서 비판이 쏟아지는 정책을 국제기구에서 '공인'받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청와대에선 "우리나라가 포용 성장 담론의 전 세계 선도 국가가 됐다"는 자화자찬까지 나온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얼마 전부터 내세우고 있는 포용국가론이 기존의 소득 주도 성장, 혁신 성장, 공정 경제의 상위 개념이라고 한다. 국가가 국민의 전 생애 과정을 책임지는 비전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소득 주도 성장론과 다르지 않다. 최저임금 급속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 강행 등은 일자리를 없애고 저소득층을 더 빈곤하게 만들었다. 소득 주도 성장이란 말이 인기가 없어지자 다른 말로 겉 포장을 바꾼 것이다. 실패로 판명된 정책을 수정·보완하지 않고 '국제 공인'을 추진한다는 것은 국민에게는 의미 없는 정치적 쇼일 뿐이다.

청와대가 말하는 포용국가론과 OECD나 IMF·세계은행 등의 포용성장론은 성장과 분배의 선후 관계부터 거꾸로인 다른 얘기다. 단적으로 OECD는 지난주 "한국 최저임금의 큰 폭 인상은 고용·성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속도 조절을 권고하는 보고서를 냈다. 이례적으로 특정 국가의 특정 정책을 지목해 경고했다. IMF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여러 차례 밝혔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소득 주도 정책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겠다고 한다. 왜 이렇게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일이 끊임없이 벌어지는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세상에 '포용 국가'를 만들고 싶지 않은 나라는 없다. 어떻게 국가의 실력과 힘을 키워 그 길로 가느냐가 문제다. 공산 국가나 포퓰리즘 국가는 잘못된 길로 가다 망했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어느 길로 가고 있나. 그에 앞서 근래 청와대에선 왜 이렇게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들이 자주 나오는지도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