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환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됐다. 위장전입과 부동산 다운계약서 작성 전력 때문이다. 김 후보자는 1990년대 4년간 지방 근무를 하면서 아파트 분양을 받기 위해 세 차례 주소지를 서울의 친인척 집으로 옮겼고, 아파트를 사고팔면서 두 차례 실거래가보다 낮게 신고해 결과적으로 세금을 적게 냈다. 위장전입으로 매년 100명 넘는 사람이 징역 또는 벌금형 처벌을 받고 있다. 김 후보자가 위장전입한 사람에게 유죄를 선고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 사람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겠나. 다운계약서 역시 당시에는 불법이 아니었다지만 세금 탈루 목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

김 후보자를 포함해 현 정권에서 임명된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5명이 위장전입을 했다. 그 건수를 합치면 무려 22차례나 되고 한 사람이 8차례나 한 경우도 있다. 일반 국민은 일생에 한 번 할까 말까 한 불법을 최고 법관이라는 사람들이 너무 쉽게 저질렀다. 다운계약서 작성도 여럿이다. 현 정권 임명 대법관·헌법재판관 15명 가운데 11명이 위장전입·다운계약서에 걸렸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이런 일이 없지는 않았다. 그런데 현 정권은 다른 사람들의 불법은 집요하게 캐내면서 자신들에게는 너무 관대하다.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7명은 법원 내 진보 서클 소속이거나 민변 출신이라고 한다. 정권 코드 집단이다. 3000명 넘는 법관들 가운데 대법관·헌법재판관이 될 만한 경륜과 법률 지식을 갖추고 그에 걸맞은 처신을 해온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사법부 고위직 인선을 '코드' 일변도로 하다 보니 위장전입과 다운계약서에는 눈감기로 한 것 아닌가.

법관은 남의 잘못을 심판하는 사람이다.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들이 법을 어기고 법의 허점을 이용해 자기 잇속을 차린다면 법치는 유지되기 힘들다. 안 그래도 지금 사법부는 사법행정권 남용이라며 전직 대법관들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등 만신창이 상태다. 국민들의 재판에 대한 불신도 높아져 있다. 재판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대법원장 차량에 화염병을 던지고, 법정에서 판사에게 욕설을 퍼붓는 일도 있었다. 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무엇보다 판사들이 흠결이 없어야 한다. 다른 사람도 아닌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이라면 아무리 '내 편'이라고 해도 최소한 불법 기록은 없어야 하지 않겠나.